▲복권은 불황일수록 더욱 잘 팔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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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복권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편의점, 복권방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장면은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복권은 불황일수록 더욱 잘 팔린다고 한다. 삶이 팍팍할수록 막대한 돈을 바라는 서민의 열망은 커진다. 산다는 것이 불안하고 초조하여 '나에게도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복권 하나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울하고 답답한 현실의 도피처로 싸구려 희망을 사는 것이다.
흔히 복권 당첨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대략 180만분의 1이다. 하지만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라고 하니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이 로또 1등보다 4.5배쯤 높다.
복권 당첨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이 커질수록 시선을 끄는 것이 이른바 '로또 명당'이다.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판매점 앞에는 매주 장사진을 이루어 주변 교통을 마비시킬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당첨 확률은 어느 곳에서 사도 똑같다. 다만, 로또 명당은 워낙 많이 팔기 때문에 1등도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복권은 인간이 지닌 사행심을 부추기는 도박과 다를 바 없다. 공익성을 앞세워 한껏 아름답게 포장하면서 뒤로는 교묘하게 사행심을 조장한다. 사행심(射倖心)이란, 하늘을 향해 무턱대고 화살을 쏘아 정말 운수 좋게 날아가는 새를 맞춰 떨어뜨리는 것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쏠 사(射)'를 붙였다. 그런데 정부와 공공기관이 복권 발행을 주도하고 있으니 온 국민을 상대로 도박판을 마련한 셈이다. 사행산업 중에서 누구나 가장 쉽게 손댈 수 있는 것이 복권이다.
복권은 종류도 참 많다. 복권을 구매하는 수많은 사람 덕에 극소수 당첨자가 횡재하기도 한다. 그 누군가의 횡재가 바로 달콤한 미끼 역할을 톡톡히 한다. 봉급의 거의 전부를 로또복권에 쓰는 사람도 있고, 로또를 사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대박'을 찾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쪽박'을 차는 사람들도 셀 수 없다.
도박의 가장 큰 해악은 중독성이다. 이성적으로는 '내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라고 하면서도 쉽게 손을 못 끊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건전한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고 쉽게 단번에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결국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지금도 온갖 사행산업이 독버섯처럼 사회를 좀먹고 있다. 카지노, 인터넷 도박 등으로 가정 파탄, 패가망신한 가련한 영혼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우리 주변에는 삶이 팍팍한 서민들을 유혹하는 공인된 각종 도박장이 너무나 많다. 지천으로 깔린 복권 판매업소를 비롯하여 장외발매소가 있는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 등 한 번 배팅으로 거액을 노리는 요행수가 넘쳐난다. 오죽하면 '도박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돌까. 도박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에서 도박이 성행하는 것은 우연한 일도 아니다. 희망이 없는 시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사회가 한탕을 노리는 허황한 꿈을 꾸게 만든다.
병든 사회를 깨끗하게 치유할 명의는 어디 없는가? 그런 위대한 인물이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반드시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 희망의 인물이 나타날 때까지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조심해야 한다. 여차하면 파멸로 낚아채는 함정이 즐비한 이 사회에서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듯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혹시나 하고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아마도 욕심 중에서 가장 무섭고 어리석은 욕심일 것이다. 궁핍할수록 냉정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이성으로서 하나하나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모든 것은 자신이 일궈야 한다. 나의 땀과 노력이 바로 나를 지켜 주는 수호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복권을 파는 곳을 지나칠 때면 산티아고 노인은 또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아? 오늘이라도 운이 트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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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3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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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하면 로또 1등" 자칭 고수의 기막힌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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