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페르난도 보테로, 2001,안티오키아박물관)
안티오키아 박물관
"어머, 어떡해"란 말과 동시에 웃음이 터진다. 뚱뚱한 여자를 향한 비웃음이 아니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발레리나.' 그의 그림은 건강하고 위트가 있으며 유쾌하다. 현재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국민화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명의 화가 중 1인. 몇 해 전 한가람미술관에서 그의 전시를 본 후, 아트숍에서 이 그림액자를 샀다. 액자는 가벼우나 왠지 육중함 때문에 떨어질 것 같아 벽 아래쪽에 걸었다. 화가 나려다가도, 우울해지려다가도 이 그림만 보면 웃음이 나고, 웃음은 행복을 데려온다.
신발, 머리 꽃핀, 귀걸이까지 '깔맞춤'이 완벽하다. 몸의 양감을 극대화시키려 이목구비와 발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렸다. 과장된 비례, 안정적 구도, 균형미, 무엇보다도 표정이 압권이다. 안 힘든 척하는 새침한 표정이 귀엽고 앙증맞아 보여 와락 껴안고 싶다. 거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 때면 그림에 속삭인다.
"다리 내리고 편히 있어요, 난 이제 불 끄고 들어가요."뚱뚱한 게 아니다, 양감이다그는 뚱뚱한 사람을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양감과 색채'이며 풍부한 양감표현을 위해 볼륨이 있을 뿐이란다. 또, 색채를 풍부히 사용하려면 그만큼 넉넉한 지면이 필요하다. 색을 적게 보여줄수록 작품이 더 다채로워진다는 그는 한 작품에 적은 수의 색으로 그것들을 혼합하여 표현한다. 그에게 있어 볼륨은 행복의 상징이며 건강과 긍정을 의미한다. 이것은 낙천적인 남미의 특성(풍만함=건강, 부유, 즐거움)과 연결이 되어 있다.
그의 색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색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썼는지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빨간 꽃, 파란 꽃, 노란 꽃 시리즈다. 일단 크기가 크다.(그림당 199*161cm) 백만 송이 장미를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가 표현하고 싶은 양감이 뭔지, 색감이 뭔지를 한 방에 알 것 같다. 색이 내뿜는 충만한 아름다움에 압도당한다. 파랑 하나도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리고 노랑, 파랑, 빨강은 콜롬비아의 국기 색이다. 그의 뿌리를 표현하는 것이 또한 그의 그림을 관통하는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