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아 골목. 태극기가 보인다.
차노휘
사모스(Samos)에서 11km 지점에 있는 사리아(Sarria)는 켈트 족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중세에 이르러 순례자들의 중심지가 되었다. 지금도, 현대의 순례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100km 이상 걸어야 순례자 완주 증서를 주는데, 사리아(Sarria)가 최소한의 거리 요건이 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카미노 순례 여행을 간절히 열망하는 이들이 주로 이곳 사리아를 출발 지점으로 삼는다.
유난히 알베르게와 바가 많다. 내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주경 말에 의하면) 장애인 단체 순례객을 이끄는 사람이 순례자 여권을 한꺼번에 걷어 도장을 찍어가기도 하고 대절한 버스에서 노인들이 무더기로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마주친 이들은 한국에서 온 모 청년 단체였다. 남녀가 섞인 20명 정도의 청년들은 바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산뜻한 향기를 풍기며 사리아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대부분 가방을 다음 알베르게까지 보냈는지 몸은 한없이 가뿐해 보였다.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11km를 걷고 있는 나를, 아주 상큼하게 따돌리고 앞서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