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의 4.5집 Nostalgia1997년 4집과 5집 사이에 낸 4.5집 ‘Nostalgia’다. 안치환은 젊었을 때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노래가 이 세상 노래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 그에게 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노래가 있었다. 이 음반에는 바로 이런 노래가 담겨 있다. 그에게 이 노래는 향수이고 동심이다.
안치환
안치환의 노래 '편지'
안치환의 노래 '편지'는 윤동주의 시 '편지'에 고승하(71, 전 민예총 이사장)가 곡을 붙인 노래로 알려져 있다. 노랫말은 이렇다.
그립다고 써 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유튜브에서 '안치환의 편지'를 검색하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안치환은 오직 기타 반주 하나에 노래를 부른다. 노랫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편이다. 그는 가냘프고 애잔하게, 애처롭고 애틋하게, 한없이 구슬프게 부른다. 체념을, 그러면서도 이심전심을 바란다. 그립게, 죽도록 그립게 부른다.
고승하가 '편지'에 곡을 붙이게 된 사연그런데 이 노랫말은 윤동주의 시 '편지'가 아니다. 고승하의 기억에 따르면 그 사연은 이렇다. 이 노래는 1985년 그가 마산여상 음악교사로 있을 때 작곡한 노래다. 고승하는 한 학생의 공책 표지에 "윤동주 시 '편지'"라고 써 있어 윤동주 시인 줄로만 알았다. 그는 쉬는 시간 5분 만에 교무실에서 곡을 붙이고 바로 그 다음 음악 시간에 학생들과 같이 불렀다. 학생들은 졸업한 뒤 안치환의 '편지'를 듣고 연락을 해 왔다. 이 세상에서 자신들이 이 노래를 가장 먼저 불렀다고. 위 노랫말에서 2연 "긴 긴"과 "진정", 3연 "긴 긴"과 "행여"는 고승하가 더한 말이다. 그리고 이 노래를 안치환에게 소개한 이는 박노해의 시 '노동의 새벽'에 곡을 붙인 최창남 목사이다. 그는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 '모두들 여기 모여 있구나', '노동해방가', '고마운 사랑아' 같은 노래를 작곡했다. 당시 작곡가 '김용수'로 알려졌는데 최창남 목사가 바로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