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희훈
- 그런데, 이번에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서 무죄가 나왔어요. 이번에 개헌할 때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삼성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또다시 삼성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죠."그 부분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요. 박 피고인 1심 재판부는 2015년 7월 25일. 단독면담을 기준으로 그 전에 해결된 개별 현안들은 아예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내 버렸어요. 심지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마저도요. 그리고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제예요.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부터 시작됐지요.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하려고 한다는 걸 다 아는 사실이에요. 삼성도 부인하지 않아요. 특검은 이재용 승계작업을 '피고인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하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정의했어요.
그런데 이번 박근혜 1심 재판부는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경우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 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라고 하면서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어요.
이 부회장은 1995년에 현금 60억8000만 원을 증여받고 16억 원을 증여세로 내요. 남은 돈 중 23억 원으로 삼성에스원 주식과 19억 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요. 두 회사는 곧바로 상장됐고, 이 부회장은 주식을 팔아서 562억 원을 벌어요. 1996년에는 제일기획과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사서 주식으로 전환해요.
이때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지요. 그후 2015년 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다음 삼성물산과 합병했어요. 이 덕분에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거예요. 60억 원을 손에 쥐고 20년 만에 시가총액 270조 원짜리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된 거에요. 놀라운 일이지요. 이런 사실이 전부 증거로 제출됐는데,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는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잖아요. 하지만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에서는 뇌물로 인정했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박 피고인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2심 판결을 좀 의식한 것 같아요. 굉장히 자세히 판단했는데, 결론적으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맞다고 봅니다. 누가 진짜 사용하고 처분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지, 누구 거라고 적어놓은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 부회장 2심 판결이 가장 비판받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말 세 마리에 대한 가치평가를 잘못했다는 건데요, 대법원이 이건 잘못 판단했다고 파기 환송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횡령액이 최소 50억 원이 넘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최소 법정형은 5년 이상 징역이 됩니다."
- 그럼 이 부회장은 5년 이상 징역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인가요?"그건 또 모르겠어요. 이번 이 부회장 2심 판결을 보니 아무것도 예측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일단 이 부회장은 2, 3년은 시간을 벌었어요. 그동안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할 것 같아요. 어떻게든 형을 깎아보려고요. 예전에 이건희 회장이 1조 원 사회 환원하겠다고 했잖아요.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 그럼 사회 공헌 등으로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정말 모르겠어요.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나올 거라곤 정말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런 결론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요."
- 올해 안 파기환송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올해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대법원 입장에서는 박근혜 재판도 어차피 대법원으로 올라올 테니 한 번에 심리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근혜 입장에서는 법정 안 나오는 게 나았을 듯... 왜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