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과 헌법 전문김제동은 우리 헌법 조문을 달달달 외는 사람이다. 2017년 9월 13일, 그는 MBC 노조 파업 현장을 찾아가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면서 힘을 보탠다. 그는 연설 말미에 가장 좋아하는 시 한 구절을 읽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먼저 한 구절 읽으면 따라 읽고, 이렇게 같이 읽자고 한다. 김제동이 읽은 시는 ‘헌법 전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이 시는 한 구절씩 끊어 읽기에 힘들다. 그래서 그 또한 그렇게 읽지 않고 죽 읽고 만다. 한 문장치고는 너무 길기 때문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K7lnxrzut80)
오마이뉴스
395자, 200자 원고지로 2.4장이나 되는 글이 한 문장헌법 개정안 가운데 '전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전문(前文)은 말 그대로 헌법 조문 앞(前)에 있는 글이고, 보통 글에서 서문이나 머리말에 해당한다. 헌법에 전문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헌법에는 법조문 앞에 제법 긴 전문을 두어 대한민국의 역사와 우리 겨레가 나아갈 길을 자세히 말하고 있다.
헌법 전문과 관련하여 가장 뜨겁게 논쟁이 되었던 부분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 말은 4조에도 있다)에서 '자유민주'라는 말일 것이다. 이것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같은 사회 체제를 뜻하는 말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뜻하는 말로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갈려 논쟁을 해왔다. 지난 1월 2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 자문위원회 개헌안은 이 낱말을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로 손을 보았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 구절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또 자유와 민주를 한 칸 띄어 쓰지도 않았다.
또 하나 자주 문제 삼았던 것은 헌법 전문이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글자만 395자(공백까지 하면 499자), 200자 원고지로 2.4장이나 되는 글이 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숨이 차고, 뜻이 훤히 드러나지 않고 읽을수록 도리어 어수선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문장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 왔다. 특히 초등학생이 읽기에 너무 길고, 어렵다는 점도 있다. 헌법을 쉬운 말로 쓰면 권위가 떨어진다는 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권위의 문제라기보다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의 기본권(개헌안 10조 '행복할 권리', 11조 ①항 '법 앞에 평등할 권리', 22조 ①항 '알 권리')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알기 쉬운, 글자만 알면 읽어 바로 알 수 있는 법률, 행정 절차, 행정 문서를 요구할 수 있고, 또 끊임없이 다그쳐야 한다.
이번 개헌 헌법 전문에서 더하고 뺀 곳 초등학생 또한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3월 20일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1차 발표'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어야 함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또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번 개헌안에는 제36조에 ①항을 추가했는데, 그 내용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이다. 하지만 이번 헌법 개정안 '전문'은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어렵고, 여전히 한 문장이고 길다.
아래에 개정 헌법 전문을 들어본다. 빨간 글씨에 밑줄을 그은 곳은 이번 개정안에 더한 것이고, 파란 글씨로 괄호 안에 가운뎃줄을 그은 곳은 지운 것이고, 그 앞뒤로 파란 글씨로 된 것은 다듬은 것이다. 다듬은 곳은 모두 여섯 곳이고, 이 가운데 '우리들의 자손의'는 '미래 세대'로 고쳤는데 차라리 '우리 자손의'로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을 바탕으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고,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개개인(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우리들과 미래 세대의(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9(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