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애정생활김현진 에세이 ㅣ 루아크 출판
심선화
이 책은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 즈음까지 저자와 연을 맺은 동물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 동물 친구들은 대부분 유기동물들이었고 몸도 성치 않은 동물들이라 자칫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지만 저자의 발랄한 문체와 담담함으로 밝게 이끌어 간다.
본인이 1000원 더 싼 중국산 콩 두부를 사 먹을 땐 개들도 싼 사료를 먹으며 대강대강 살았다는 에피소드를 말할 때도, 기구한 운명을 지닌 동물들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할 때도 특유의 발랄함은 있지만 동물을 향한 연민도 함께 전해진다. 가슴을 후비는 듯한 자신의 개 이야기를 할 때는 책 너머 저자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 절절하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보니 피웅덩이에서 개가 날뛰는 소리였다. 나를 핥았다가 끙끙대다가 어쩔 줄 몰라했다. 피가 덜 번진 장판 위에도 온 방을 날뛰느라 덩어리진 피가 묻은 개 발자국이 흥건했다.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와중에 개와 눈이 마주쳤다. 줄리아노는 내 얼굴을 계속 핥았다. 개는 다리까지 피에 푹 젖어 있었다. 그때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117p
마치 내가 겪은 일 마냥 눈앞에 선명한 잔상들이 나타나고 가슴속 깊숙이 대못 하나가 박히는 기분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을 한 인간에게 그 슬픔을 덜어줄 방법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은 자신을 대신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매고 있을 불완전한 생명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용기를 주게 하기 위해서 개를 만든 게 분명하다.
저자는 자신과 동물들의 이야기 외에도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일침과 가족을 향한 연민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나쁜 아빠의 표상처럼 술을 마시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도박을 하진 않았지만 다단계 사기에 속아 카드빚에 시달렸고, 사례금 한 푼 나오지 않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개척교회 목사인 아빠와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빠이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빠를 이해해 보려는 과정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