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학교 학생 58명 글, 김찬곤 엮음, 《우리네 마음속에는 이야기가 산다》(상상의힘, 이 책은 2014년부터 2017년 1학기까지 광주대학교 학생들이 쓴 글 653편 가운데서 가려 뽑아 58편을 엮었다.
상상의힘
정훈이의 혼밥
타지에서 온 학생들은 거의 다 기숙사에서 산다. 한 방에 서넛이 살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잘 맞아야 하고, 최소한의 예의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만의 공동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 글을 보면 그게 잘 안 될 때도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한 학기를 보내면 혼자 나가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또 여러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불편해 원룸을 얻는 학생도 있다. 광주대학교 전기전공학과 1학년 정훈이가 쓴 시 '밥'이다.
혼자 아침밥을 먹는다.
학교 가서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서 혼자 점심을 먹는다.
알바를 간다.
끝나고 집에 오면 깊은 밤.
혼자 저녁을 먹는다.
내일도 혼자 먹는다.
학생들 글을 받아 보면 혼자 살아가면서 겪은 일을 쓴 것이 많다. 아침에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 혼자 병원에 가 맹장 수술을 했는데,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전화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하루 내내 속이 안 좋았다. 어제도 라면 오늘도 라면, 이렇게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그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잘 먹고는 있느냐?" 전화를 끊고 쭈그려 앉아 엉엉 울었다는 시를 읽었을 때는 한동안 먹먹했다. 한 학생은 이렇게 시 끝을 맺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맞추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견뎌 보려 한다. 이 낯선 세상에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윗글에 나오는 학생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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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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