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오마이뉴스 4대강 다큐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4대강다큐팀
다시 곽승준 교수 사무실로 가보자. 곽 교수 사무실의 방은 사람 키 이상 높이로 반투명 비닐로 코팅돼 있었다. 4대강 다큐 제작팀 안정호, 안민식 기자는 사무실에 들어왔지만, 바깥에서 까치발을 선 채 투명한 유리창 쪽에 카메라를 대고 곽 교수 방을 카메라로 비췄다. 곽 교수는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도록 등으로 유리문을 막았고, 나는 그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 MB가 부탁해서 최 이사장을 만난 건 사실이죠?"그 사람(최열 이사장)은 내가 잘 알잖아. 옛날부터. 그냥 뭐 보는 차원이었지, 그것(MB의 부탁)과는 상관없어요. 정말로."
- 지금도 4대강 사업은 잘한 일이라고 보시나요? 환경을 살렸나요, 경제를 살렸나요?"난 2007년 이후로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거 알잖아."
- 그럼 왜 미래기획위원장(2009년)을 하실 때 '4대강 사업은 잘한 일이다' '무조건 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말씀하셨나요? "그렇지만 그땐 내 업무가 아니었지. 그럴 수 있지 않냐는 차원의 이야기였어. 나중에 보자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 100원 투입하면 230원 정도 나온다는 BC 분석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세요?"아이, 모르겠어. 하여튼 나는 그다음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해) 본 적이 없으니까."
- 한반도대운하 때 참여하신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습니까?"후회가 어디 있어. 그때는 선거 때인데. 만약에 한반도대운하가 4대강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됐겠지."
한 번쯤은 '사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캐물었고, 그는 방어했다. 그는 당시 최열 이사장을 만났지만, MB가 시킨 일은 아니라고 했다. 15분 동안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불편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여쭐게요. 이명박 캠프에서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세요?"(한반도대운하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평가를 해. 그만해. 지난번처럼 둘이 저녁이나 먹으면서 이야기를 합시다. 이건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거잖아. 고마워요."
그가 한반도대운하 때 제시한 화려한 경제성 분석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4대강 사업 홍보에도 적용됐다. 수심 6m, 운하와 4대강 사업의 수심도 같았다. 4대강 16개 댐은 한반도대운하 계획서에 나온 16개 갑문 위치에 있다. 두 사업의 공사비용도 비슷했는데, 다른 게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운하를 만들겠다"면서 한 말이었다.
"곽 교수, 너무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골재가 안 팔리면 내가 수출을 할 테니까."이명박 후보는 골재 판매 대금으로 운하 공사비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4대강 사업에는 22조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이 후보는 민자 유치 방식으로 일부 공사비를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재벌들은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공사비 담합으로 수조 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이 파헤쳐지고 있는 모습
습지와 새들의 친구
[심판] 4대강 다큐에 기록마지막으로 이 전 대통령은 '3분짜리 기자회견'에서 정치보복을 강조하면서 이런 말도 남겼다.
"퇴임 이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습니다."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 4대강 사업을 제대로 수사한 적은 없었다. 2009년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진행된 4대강 사업 턴키 공사 담합 조사 때에도 사건 심리를 1년 넘게 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공정위 전원회는 사무처가 요구한 것보다 낮은 1115억 원의 과징금을 8개 건설재벌들에게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지도 않았다.
박근혜의 블랙리스트는 법의 심판을 받고 있지만, 4대강 반대 인사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이미 알려진 국정원의 불법 사찰에 사용했을지도 모를 이명박 4대강의 블랙리스트는 드러나지도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갔던 최열 이사장의 말처럼 이제 이 전 대통령과 '임무 교대'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다큐 영상으로 기록하는 오마이TV는 아직 드러나지 않는 진실에 대한 많은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아래 미니 다큐 1편을 보아주시고, 앞으로 만들 4편의 미니다큐와 최종본인 1편의 장편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후원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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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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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반대했다 옥살이 최열 "MB와 임무교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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