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오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청와대 민원실에서 지난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전임 정부의 기록물들을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
4·16참사가 발생하고 3년이 지났지만 단편적인 증거만 돌아다니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이유는 많은 기록들이 은폐,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황교안 전 총리는 대통령권한대행 권한을 이용하여 수많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지정한 기록물에는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기록물도 다수 있었다.
여기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에 근거하는 제도로 임기종료 후 대통령기록물 중 사적인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15년에서 최장 30년간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보호할 수 있게 한다. 이 법의 목적은 민감하지만 중요한 대통기록물이 최대한 많이 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 대통령권한대행 권한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이 원칙상 불가하지만 법적인 공백을 노리고 악용하여 기록물을 은폐하는 도구로 활용하였다.
황교안 전 총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부 공무원들이 정보보호와 관련한 법제도를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근거 기록물이 존재하지 않다고 하거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비공개 대상정보요건에 끼워 맞춰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앞서 설명한 해양수산부가 그러한 경우다. 지속적으로 은폐를 성공한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보존연한을 넘기는 기록물들을 합법적으로 폐기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한 공무원들이 기록물의 보존연한을 짧게 책정하고 의도적인 은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4·16세월호참사의 경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기록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국민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기관의 경우 보존기한 3년 이하의 참사 관련 기록물을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기록 훼손·수정·폐기를 막아라이러한 정보은폐와 근거 기록의 은폐, 폐기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된다. 정보은폐와 근거 기록의 폐기가 낳은 피해의 형태는 4.16세월호참사를 통해 단순히 두려움을 주거나 경제적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없어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같은 형식의 피해를 감수하고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관련 기록물들이 보존연한 기산, 이관, 수정, 폐기 등의 사건의 진상파악에 방해되는 조치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록물 동결(凍結, Freeze) 조치가 가능한 법이 필요하다. 물론 현행 공공기록물관리법 제43조 국가지정기록물의 지정 및 해제를 포함하여 제25조 제3항과 제26조 제2항을 바탕으로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의도와 언어를 바탕으로 처벌조항이 붙는 강제력 있는 법적근거가 필요하다.
최근 현문수 부산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의 논문 '공공 기록의 처분 동결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는 이미 기록물 동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소송문제나 대규모 재난 등 국가적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는 인권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은 태풍 '카트리나'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 대통령이 재해와 관련한 전말을 밝혀 또 다른 큰 피해를 막고자 하는 취지로 기록물 동결제도를 활용하였다. 동결제도 시행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연방규정 36 CFR Subpart B의 1228.32(처분 권한 변경 요청, Request to Change Disposition Authority)와 36 CFR Subpart D의 1228.54(보유 기간의 일시적 연장, Temporary Extension of Retention Periods)에 근거 하여 시행한다. 미국은 이 규정에 근거하여 정부부처가 기록물 보유기간 연장이나 전면 동결을 요청하면 미국의 국립기록관리기관인 NARA(The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가 허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