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꼰대'들에게 바칩니다.
신영웅
사실 모르는 것보다 대충 아는 게 더 독일 때도 있다.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보자. '[중앙일보] 5.9 대선 선거전 디지털서 갈렸다'. 이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디지털 영역에서 비용 지출이 늘었고, 이 지출한 금액의 순위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으로, 현재 정치 또는 마케팅 캠페인의 풍토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 특집 시리즈에 나온 데이터를 보면 결국 온·오프라인을 떠나 '매체를 통한 광고비'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매체를 활용하지 않은 직접 홍보비의 증가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대면 홍보가 줄고 매체를 활용한 홍보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네이버나 카카오, 페이스북, 유튜브 등 이러한 매체들은 이제 엄연히 콘텐츠를 노출시키기 위해 광고비를 지불해야 하는 매체로 안착했다. 이미 다 돈이란 이야기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력만큼 매체를 선택하고 이를 태우는 노력과 비용도 중요하단 말이다. 어쩌면 제작비보다 매체비가 더 우선해서 고려해야 할 경우도 있다.
당신은 이미 너무 많은 광고와 메시지에 빠져 살고 있다. 우리가 하루 중에 보게 되는 것에서 가족이나 동료, 또는 낯선 사람을 빼면 죄다 광고물이라고 보면 된다. 매체를 돈주고 사서 사람들 눈에 잘 띄기 위해서 배치하는 데 모든 마케터는 열을 올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 빈틈이 그렇게 많아보이진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콘텐츠 홍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다 올린 것이 시쳇말로 '빵 터지는' 경우는 김정은이 탈핵을 선언하고 평화통일을 위해 우리 정부와 적극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정도의 확률이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콘텐츠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광고비가 증가했다는,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를 왜 구구절절하게 했느냐? 지금 같은 방식과 화법으로는 안 먹힌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리 돌고 돌아, 또 돌아왔다.
# 이제는 How to say에 집중할 때!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거다. 앞으로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What to say)에 대한 고민만큼 '어떻게 말할 것인가'(How to say)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화자의 언어가 아닌 청자의 언어로 풀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다 친절해지자. 당신들은 너무 거만하다. 감히 말해본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말은 쉬운데, 그런데 이게 참 쉽지 않다. 특히 (좌우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정치판에서는 더 그렇더라.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주구장창한다. 우리는 이를 신념과 가치로 포장한다. 많은 정치인과 정책가들을 보면 명분이 어떠하니, 메시지가 어떠하니, 마지막에는 시대정신까지 꺼내서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 놓는데 그 속에는 묘하게 선민의식이 깔려 있다.
선민의식, 사실 이 단어가 항상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선민의식은 책임감과 사명감 등을 낳기에 사회를 이끌어가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솔직히 말해서 현실적으로 선민의식을 가진 이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이는 왜곡된 방향으로 증폭돼 우월감, 특권의식, 차별의식으로 변질되는 것을 왕왕 보게 된다. 심할 때는 대중과 자신들을 분리하기도 하고, 어떤 사건의 판단 기준이 필요할 때 다른 잣대를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노룩패스' 같은 것들이 나오기도 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