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서점을 찾아오는 귀한손님들
심선화
아파트 보다 빌라가 많은 주거지역이고 도시화 작업이 아직은 다 이뤄지지 않은 옛 동네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터라 길고양이들이 많이 보이는 거라 생각됩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고 길고양이 돌봄이도 해본 적 없어 길고양이들을 가까이서 볼 일이 드물었는데 요즘 들어 길고양이들과 자주 만납니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의 묘한 매력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요염한 자세로 털을 고르기도 하고 동료 고양이에게 얼굴과 몸을 비비기도 합니다. 꼬리를 말아 앞다리에 얹고 발을 덮기도 하고 저를 향해 솜방망이를 날리기도 합니다. 택배상자 위에 올라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엄연히 자기 집이 있음에도 서점 안에서 살다시피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묘한 매력과 함께 고양이와의 묘한 인연도 쌓아가는 중입니다.
이렇듯 서점에 들어와 사람과 가까이 하며 사료도 먹고, 낮잠도 자고, 장난감과 놀다 가는 고양이가 있는 반면 사람을 경계하며 가까이 오지 않는 고양이들도 있습니다. 차 밑에 웅크리고 앉아 서점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안으로 들어오진 않습니다.
쳐다보는 눈이 애처로워 차 밑에 밥과 물을 넣어주면 그때야 허겁지겁 먹고 홀연히 사라지곤 합니다.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길 위의 힘든 삶은 꿋꿋이 버텨내는 모습이 대견해 응원도 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 더 편안한 고양이의 삶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길고양이들 각자가 선택한 삶을 살 뿐.
다만, 양쪽 모두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이고 우리는 그들의 삶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화 계획으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고양이들은 떠밀리듯 다른 곳으로 쫓겨납니다.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없어 늘 굶주려야 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도 받아내야 합니다.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입니다. 예전부터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같은 영역에 살아온 동물인데 길고양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이쁘고 사랑스러운 생명들이 인간의 욕심 때문에 사지로 내몰리며 인간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고 오래 보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길고양이들의 사진과 2컷 만화를 실은 <길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책을 보며 길냥이들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책속의 사진과 만화를 통해 길냥이들의 애환을 보다 보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