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는 나요, 나는 곧 모자다.
신영웅
[기사 수정 : 2018년 1월 12일 낮 2시 30분]#1 집착의 대상
기본적으로 마케터라는 직책에 맞게 상술에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을 하는 합리적 소비자를 자처한다. 그런 나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모자'다. 흔히 말하는 모자 덕후, 길 가다가도 마음에 드는 모자가 있으면 주저없이 산다.
평소 양말은 신지 않더라도 모자는 챙겨 쓰고 나가는 버릇이 있다. 특히 수트에 빈티지 야구모자를 매치하기를 좋아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복장에 대해 크게 터치를 하지 않던 직장에 다녀서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모자는 늘 곁에 있었다. 혹자는 머리를 감지 않으려고 모자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모자를 예쁘게 쓰기 위해서 머리를 감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머리를 감고 잘 말려서 한쪽으로 흐트러지지 않게 잘 정돈해야 모자를 썼을 때 각이 제대로 나온다.
그러다 최근 큰 고민이 생겼다. 공무원, 사람들이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면서 인생 최고의 위치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흔히 우리의 의식 속에 공무원이라하면 정형화된 복장과 칼 같은 출퇴근 시간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는 당연히 모자는 없다.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 모자를 집어넣어보려 해도 쉽지 않다.
모자에 왜 그렇게 집착하냐고? 머리숱이 부족하거나 두상에 문제가 있어서 모자를 택한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모자, 특히 야구모자로 칭해지는 앞창이 긴 형태의 모자는 야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와의 추억이자 나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감과 안정감을 주는 도구이기도 하고. 그렇게 며칠을 모자를 쓰지 않은 채 출근을 했다. 당연히 마음 한 켠에 찝찝함이 묻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