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금강의 뼈와 살을 발라내던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종술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 금강에서 "야~호"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생중계를 보면서 금강을 걸었습니다. 아마 죽는 날까지 그날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고요? 금강에 희망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기극의 종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겨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1호는 '이명박 4대강'이여야 합니다. '이명박 4대강' 탄핵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인 적폐청산도 이룰 수 없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4대강 사업은 단순한 환경파괴가 아닙니다. 강과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도 송두리째 파괴했습니다. 강과 얽힌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가슴에도 비수를 꽂았습니다. 평생을 바쳐 일군 농토를 잃은 시골 농부는 쫓기듯 도시로 가서 빈민이 됐습니다. 끝내,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현상까지 이어졌습니다.
저는 금빛 모래강을 기억합니다. 해질녘 금강에 드리운 황금빛 노을을 기억합니다.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노닐던 고라니를 기억합니다. 반짝 빛나는 눈을 가진 녀석은 '나 잡아봐라'란 듯 우아하게 엉덩이를 흔들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을 기억합니다.
저는 함박웃음을 기억합니다. 모래사장에서 소꿉장난을 하며, 까르르 웃던 아이를 기억합니다.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걸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커플을 기억합니다. 나물을 캐며 해맑게 웃던 아낙네의 미소를 기억합니다. 찰랑이는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아이 웃음 소리를 내던 배불뚝이 아저씨를 기억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적폐청산'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금강엔 아직도 웃음소리가 아닌 고통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일 수문 개방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개월, 금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