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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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문장이 왜 꾸미기를 좋아하는지 알아보자.
"나는 간다"는 문장은 단 두 단어가 서로 마주보고(주어와 서술어로 호응) 서 있다. 그런데 이 둘만으로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 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집에 간다"라고 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맨 앞의 주어 "나는"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길 바란다. 그래서 문장은 "피곤한 나는 집에 간다"가 된다. 그것뿐이겠는가. "피곤한 나는 안락한 집에 간다"→"피곤한 나는 따스함이 있는 안락한 집에 간다"→"피곤한 나는 따스함이 있는 안락한 집에 뛰어 간다"….
이렇듯 문장을 구성하는 주어나 목적어, 서술어, 보어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싶어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불명확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상황을 못 견뎌 하는 것이다. 문장은 언제나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야 제 맛을 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문장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화장하듯 꾸미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냥 '아이'이기보다는 '예쁜 아이'이고 싶고, 그냥 '빵'이기보다는 '달콤한 빵'이고 싶은 것이다. 그냥 '먹다'보다는 '맛있게 먹다'이고 싶다. "예쁜 아이가 달콤한 빵을 맛있게 먹는다" 이 정도로 끝날까. 아니다. 문장의 화장 욕심은 끝이 없다.
그냥 '아기'와 '먹는다'가 만난 문장이 "예쁜 아이가 달콤한 빵을 맛있게 먹는다"로까지 화장을 했는데도, 더 화장하고 싶어 하더니만, "옆집 사는 예쁜 아이가 할머니가 준 달콤한 빵을 누가 빼앗아 먹을까 봐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맛있게 먹는다"까지 된다. "아기가 빵을 먹는다." 단어가 세 개였던 이 문장은 무려 17단어로 불어나면서 고도비만 형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가. 이 고도비만 문장을 읽고 나면, 내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는가. 의미가 분산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아이'만도 '예쁜 아이'인데, '옆집에 사는 예쁜 아이'가 되면서 나름 자체적으로도 하나의 문장을 이루기에 충분하다. "예쁜 아이가 옆집에 있다." '빵'도 '달콤한 빵'을 넘어 '할머니가 준 달콤한 빵'이 된다. 역시 따로 한 문장을 구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머니가 달콤한 빵을 준다."
'먹는다'도 보자. '맛있게 먹는다'에 '누가 빼앗아 먹을까봐 힐끔 눈치를 보며'가 달라붙었다. 이 문장 역시 나름대로 하나의 문장으로 손색이 없다. "누가 빼앗아 먹을까 봐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문장 역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비만한 문장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 문장의 중요 포인트가 '아기'인지, '빵'인지, '먹는다'인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조금 해서 "아이가 빵을 누가 빼앗아 먹을까봐 힐끔 눈치를 보며 맛있게 먹는다"로 하면 아이의 먹는 행태에 포인트를 주는 문장이 된다. "아이가 달콤한 빵을 맛있게 먹는다"는 '빵'이 맛있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 책 치고 "짧게 쓰라"는 경구를 담지 않은 것이 없다. 가능하면 짧게 쓰는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이 한 없이 길어지면 억지로라도 제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체중인 사람으로 하여금 억지로라도 먹는 것을 줄이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나중에 따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짧게 쓰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강조되는 글쓰기 요령이다. 화장을 하더라도 적당히 해야 한다. 입체적인 분장 수준으로 화장을 했다가 그 화장을 지우면 정작 민낯이 낯설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뭐든 지나치면 해롭듯 적당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문장이 화장(꾸밈)하는 기본적인 원칙도 알아두자. 눈을 예쁘게 하고 싶으면 화장을 눈에 하지 코에 하지 않는다. 문장도 이치가 똑같다. 꾸미고자 하는 말 바로 앞에 꾸밈말을 위치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렇지 않고 저 멀리 위치시키면 도대체 무얼 꾸미는지 알 수 없게 되어 의미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가끔 문학에서 쉼표 등을 활용하여 꾸밈말을 저 멀리 위치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생활글에서는 굳이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수식어 사용도 어려운 문법 용어를 동원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글을 쓰다보면 저절로 좋은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 별다른 요령을 습득하지 않더라도 몸이 알아서 수식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아름답게'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그냥 참고 사항으로 말하는데, 보통 적당한 한 문장의 길이를 30~50자라고들 한다. 200자 원고지 3줄을 넘기지 않는 글이 의미 전달에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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