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글쓰기의 출발은 문장을 쓰면서다. 일단 써라. 문법적인 요소들을 전혀 의식하지 말고 일단 써라.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라. 그러다보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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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말할 때는 따지지 않다가 글 쓸 때는 이를 따지는가. 나는 이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는 말이나 글이나 문법을 생각해야 하고, 문법적 오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요즘 유행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같은 어법이다. 문법적 요소가 잘못돼도 말은 괜찮은데 글은 안 된다?
그런데 우리가 말에 대해서 문법적 적용에 관대한 것은 아마도 알게 모르게 상당부분 문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머리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몸은 이미 문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다 문법적 오류를 저지르면 몸은 느낀다. 내가 지금 낯설게 말하고 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문법이라는 잣대가 결국 글에서 적용되는 문법이라는 사실. 무언가를 평가할 때는 기준이 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말에서 문법적 오류라고 지적하는 것은 결국 글의 문법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글을 교정 또는 수정할 때 소리 내어 읽어보면 문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문법적 오류도 잘 찾아진다는 사실. 그렇다면 되레 글의 문법은 말의 문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한글을 기반으로 하는 말이 글보다 먼저였다는 점에서 결국 문법적 규칙들은 말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렇다면 글쓰기를 시작할 때 말하는 것처럼 하면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말이 곧 글이고, 글이 곧 말이라는 명제는 특히 글쓰기 초보자들에겐 구세주 같은 역할을 한다. 글은 쓰기는 쉽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부담감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자, 그럼 말이 정말 글과 같은 것인지를 확인하고, 나아가 말을 통해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해보자.
먼저 글로 쓰고 싶은 내용에 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녹취를 한다. 그리고 녹취를 들으면서 그대로 받아 적는다. 분량은 5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녹취록 작성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쓰거나 타이핑하는 속도가 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자꾸 되돌려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 된 녹취록을 읽어보면, 처음에는 '역시 말과 글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주어와 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않고, 중언부언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말버릇, 추임새가 남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 즉 내가 읽기에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제거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나름대로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고쳐보라. 그리고 읽어보라. 아까보다는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그게 글이다.
다만 그런 경우 그 글을 구어체(口語體), 즉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쓰는 말투"로 쓴 입말체 문장이다. 구어체는 상황에 따라 반말이나 존경어를 쓴다. 주로 "거(이거, 저거), 뭔, 하고, 이랑"과 같은 단어를 쓴다. 글에서만 주로 사용하는 단어 등을 사용하여 쓴 문어체(文語體), 즉 글말체도 있다. 글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비속어 등을 쓰지 않는다. "것, 무슨, 와/과"와 같은 단어를 쓰고, '~다'로 끝난다.
"밥하고 반찬을 골고루 처먹어야 건강에 좋아"라는 입말체를 글말체로 바꿔보면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에 좋다" 이런 식이 된다.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옛날엔 글 쓸 때 가능하면 문어체를 꼭 사용하도록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문어체든 구어체든 거의 구분하지 않는데, 구어체가 많이 사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글쓰기의 출발은 문장을 쓰면서다. 일단 써라. 문법적인 요소들을 전혀 의식하지 말고 일단 써라.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라. 그러다보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문법적인 문제는 그때 따져도 늦지 않다. 이럼에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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