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담 스님은 "북한 특사 파견을 통해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영담 스님은 지난 2006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참여하면서 남북 민간교류 활동을 해왔다. 조선 적십자병원 수술장 의료 장비와 시설 개보수, 정성제약 링거, 알약 공장 시설, 말라리아 방역 등 보건의료 지원 사업을 했다. 평양 근방의 돼지공장을 지어주고 비닐과 농기구를 보내주는 등 농축산 지원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30번 이상 북쪽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남북 민간 교류는 사실상 멈췄다. 당시에는 통일부가 원천봉쇄 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북쪽에서 문을 닫았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조선족을 통해 간접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는 물론 민간 대화 통로조차 막힌 상태다.
"북쪽을 오가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자루였습니다. 시장에서 장을 본 뒤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의 뒷자리를 보니 우리가 용천 열차 폭발 참사 때 밀가루를 보낸 자루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일부 보수 인사들은 북한 사람들에게 구호품이 전달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보낸 흔적을 다 지운다는 등의 주장을 했는데, 사실과 달랐어요. 지난 9년간 이런 식의 잘못된 생각을 해왔던 인사들이 짜놓은 남북 불신의 틀을 깨야 합니다."그는 "전두환 정권도 아웅 산 테러 사건이 터진 다음해에 경제회담을 했는데, 박근혜 정권처럼 완벽하게 대화 채널을 막은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중국과 대만의 경우 전화를 맘대로 할 수 있으며 양쪽 항공기가 매주 270번씩 오간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이 지금이라도 북한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북핵 문제는 우리가 풀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북쪽은 핵을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어요. 미국이 경제제재를 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끄떡도 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도 지금 북쪽을 힘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고 있어요. 북쪽은 외국에 빚이 없고, 자급자족 경제입니다. 또 교역의 90% 이상을 중국과 합니다. 중국 정부가 경제제재에 동참한다고 해도, 접경 지역에서 성행하는 밀무역을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우린 마땅히 핵을 반대해야지요. 하지만 미국이 매일 강경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어정쩡하게 거들고 나서면 남북 관계 회복은 요원한 일입니다. 한반도 운명의 주도권을 우리가 가져야 합니다."그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잘 다듬어 놓은 통일의 길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망쳐 버렸다"면서 "서해에서 남북한이 서로 총질을 해도 닫히지 않았던 개성공단 가는 길조차 막아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화와 인도적 교류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하게 법제화를 해야 한다"면서 "경제 교류의 경우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소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침체된 경제를 살리려면 최소한 1억 명의 내수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