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경>에서 메르시 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
영화 <안경>
"빙수 있어요."한적한 바닷가에 홀로 캐리어를 끌고 온 타에코, 그런 그녀를 향해 빙수를 권하는 할머니 사쿠라. 바닷가의 작은 목제 가건물에서 오직 빙수만 판매하는 사쿠라 또한 타에코가 묵을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섬에서 나고 자란 제철 재료로 아침, 점심, 저녁을 제공하는 한적한 숙소 '하마다'.
"뭐하는 중이에요?""메르시 체조입니다.""메르시?""같이 하시지 않겠습니까?""아 저는 괜찮아요."아침에 일어나 숙소 앞의 해변에 간 타에코는 사쿠라 상과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율동을 맞춘 체조를 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 마을은 도대체 어떤 마을이지?' 의아한 마음을 품고 아침 식탁에 앉은 타에코.
"그것 직접 제가 만든 겁니다, 매해 담그죠. 올해는 작년보다 맛있게 된 것 같은데 말이죠.""음 소금 간이 절묘하네요.""매실은 그날의 화를 면해준다고 해서 아침에 먹은 매실 장아찌가 하루의 화를 피하게 해준다는 말이있지요.""매실 장아찌와 친구는 오래 묵을 수록 좋다고 하지만 글쎄요... 저는 그렇게 오래된 친구가 없어서."우메보시를 앞에 두고 싱거운 대화를 나누는 숙소 주인 하마다와 사쿠라, 타에코는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저 오늘 관광을 하려고 하는데 추천해줄 만한 데 없을까요?""관광?!""네.""이 근처를요...? 이 근처는 관광을 할 만한 데가 없는데요...""그럼 여기 놀러온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거죠?""... 사색...?"휴식 겸 관광을 하러 섬을 찾은 타에코지만, "무슨 관광을 하냐"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 사실 많은 여행 중 상당수가 유명하다는 곳, 미리 찾아본 핫 플레이스에 가는 루트로 가득차 있을 뿐, 비움과 휴식과는 거리가 멀지 않던가. 우리는 여행에 가서도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경험과 만족'을 느끼려고 아둥바둥한다.
여유로운 '분위기'의 장소에 가서 그 여유로움을 소비하고 '여유로움을 즐기는 나'를 의식한다. '#힐링'이라는 해시태그는 세상에서 제일 힐링과 거리가 멀다. 모든 여행이 비움과 휴식으로 차 있을 필요는 없다. 빡빡하게 일정을 채워둔 여행도 미덕이 있다. 하지만 힐링물의 대표 영화로서 <안경>은 "모름지기 '힐링'이라면 이 정도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색이라는 게 이 동네의 풍습같은 건가요?""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 습관같은 걸까나...? 사색을 특별히 잘 하는 사람들이 모였있달까요.""그럼 여기엔 사색 말고 뭐가 있죠?""다른 거라...""그럼 타에코씨는 사색이 아니면 도대체 여긴 뭐하러 오신 거죠?""에?... 뭐 여러가지...""뭐 아무것도 없지만 여기엔 맛있는 고기와 빙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쿠라상의 맛있는 빙수가 있고...""저는 빙수는 좋아하지 않아서..."결국 타에코는 도통 이 숙소와 이곳의 사람들이 못미더워 다른 숙소로 옮기려 길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곳은 숙박업소의 탈을 썼지만 대안적 삶을 제시하느라 다 같이 모여 농사를 짓고 일을 해야하는 공동체, 좌절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숙소로 돌아온다.
그리고 숙소에 살며 메르시 체조를 고안하고 빙수를 파는 의문의 할머니 사쿠라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색 빼고는 별 다른 할 일이 없는 그곳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타에코를 찾는 제자 요모기군(카세료 분)이 와 합류를 하고 바다를 앞에 두고 낮맥을 하고 뜨개질을 하고 이웃이 준 랍스터를 쪄 모두 함께 나눠 먹고, 더 이상 평화로울 것 없는 매일매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