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쿨하게, 개와 다른 매력" 도마뱀과 사는 금태섭 의원

[여의도의 미묘한 댕댕이 ③] 집에서는 거북이, 의원실에선 도마뱀과 동고동락 금태섭 의원

등록 2017.08.13 16:54수정 2017.11.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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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 '싸움꾼'들이 영락없이 '사랑꾼'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미묘(예쁜 고양이)'와 '댕댕이(강아지)' 등 반려동물 앞에서죠.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이들과 함께 하는 '입법 집사'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심장이 아릴 정도로 사랑스러운 주인공들도 듬뿍 담겠습니다. [편집자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남소연


"음...큰 애가 94년생이니까 지금 24살에, 큰 애 10대 초반에 샀으니...10년 이상 키웠네요."


구돌이(육지 거북이), 존 트라볼타(도마뱀, 비어디드래곤)를 언제부터 키웠냐 묻자 아들 나이부터 따졌다. 한참 기억을 더듬더니 10년이 훌쩍 지났단다. 도마뱀과 거북이가 "이미 가족"이라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지난 8일 찾은 금 의원의 회관 사무실에는 또 한 마리의 도마뱀 꿈바(레오파드 게코)가 있었다. 구돌이는 집에서, 꿈바는 의원실에서 산다. 주 양육자였던 아들이 군대에 가고 나서 생긴 변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우는 구돌이(왼쪽), 존 트라볼타(오른쪽)의 모습.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우는 구돌이(왼쪽), 존 트라볼타(오른쪽)의 모습.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거북이가 크면 사람 똥처럼 싸고 그 냄새도 엄청나요. 겨울에는 가장 큰 대야에 넣어 놓는데 답답할까봐 화장실에 두기도 하거든요. 그럼 화장실이 정말 지저분해져요. 그런 걸 겪으면서도 가족 같으니까, 가족이 못됐다고 관계를 끊을 수는 없잖아요. 아들이 군대 가고 존 트라볼타는 처남이 데려다 키워주고 있는데 구돌이는 맡길 수가 없죠."


이제는 무거워져 들기도 어렵다는 구돌이. 언젠가 금 의원이 아들에게 '구돌이는 언제 죽나' 물었다. 아들의 답은 명료했다. "아빠보다 오래 살 걸."

"100년 쯤 산다니 저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 않을 걸요, 저도 오래 살 거거든요, 경쟁 중이에요,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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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돌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우는 거북이 구돌이가 집안을 산책 하고 있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이미 강산이 한 번은 변하고도 남을 세월을 함께했지만 금 의원과 반려동물 사이에는 쿨함이 뿜어져 나왔다.


"파충류는 교감이라는 게 없죠. 주인을 알아보는지 알 수가 없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동물은 결국 우리와 별개예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애완동물보다는 좋은 말인데 너무 사람 입장인 거 같아요. 우리가 먹이주고 데려다 키운다 뿐이지 '반려'와는 상관이 없죠. 같이, 그렇지만 각자 사는 거예요. 생명체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는 거죠."

꿈바의 먹이 밀웜을 직접 먹여주다가 금 의원은 갑자기 "꿈바는 이름도 있고 집도 있는데 바로 그 옆에서 먹이 되라고 이걸(밀웜) 키우니, 얘네(밀웜)는 이름도 없고 만날 먹히고...동물이라고 평등한 건 아니에요, 그죠"라고 말했다. 금 의원이 도마뱀을 넘어 밀웜의 존엄성까지 고민하는 사이 꿈바는 자신의 먹이를 맛있게 먹고 입맛을 다셨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남소연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남소연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남소연


"도마뱀과 거북이, 길들여지지 않는 게 매력"


금 의원과 이뤄지는 교감은 1도 없다는 도마뱀과 거북이. 이들과 함께 살면서 느끼게 된 매력은 뭘까.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상기하게 돼요. 개나 고양이는 예측이 가능하잖아요, 주인을 알아보고 손도 내밀고. 파충류나 거북이는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게 재미죠, 길들여지지 않는. 보통 다른 사람, 동물의 생각을 이해하고 내 마음대로 고쳐보려고 하잖아요. 얘네를 보면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돼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구나. 구돌이를 보면서도 아~ 자기만의 우주가 있구나 하면서 마음이 편해지죠. 고양이 키우는 사람 보고 집사라고 하잖아요. 근데 얘네랑은 서로 쿨하게 사는 느낌이에요. 묘하게 정이 들죠."

아들이 군대 간 지도 벌써 1년 여, 금 의원 보좌진들이 꿈바와 함께한 시간도 같다. 보좌진들 중 파충류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남소연

"꿈바는 의원실 마스코트예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꿈바한테 먹이를 주는데, 저희 방의 큰 행사예요. 다들 꿈바와 정도 제법 들었고요."

김민정 비서의 말이다. 금 의원이 얼른 말을 받았다.

"방 식구들이 싫다고 하면 일터에 놓으면 안 되죠. 관리는 쉬워요. 온도 조절을 위해서 전구 달고 전기장판 깔아주고, 일주일에 한 번 먹이주고. 씻기거나 청소할 필요도 없고, 키우기에는 파충류가 깨끗해요."

모두가 퇴근하면 꿈바는 혼자 의원실을 지킨다. 외롭지는 않을까.

"글쎄, 꿈바한테 못 물어봐서 모르겠네요."

인터뷰 말미, 포토타임. 금 의원과 꿈바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으려할 때 금 의원이 꿈바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6년 여를 키우며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꿈바는 응해주지 않았다. 원래 움직임이 적다는 꿈바는 뽀뽀샷을 찍으려 할 때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제가 너무 친한 척 하면 우리 아들이 화낼 텐데. 싫어도 잠시만 참아라 꿈바야."

금 의원의 요청은 소용이 없었다.
#금태섭 #도마뱀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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