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참석한 명진 스님.
명진스님
촛불은 정권을 교체했지만, 조계종단 권력은 그대로다. 자승 총무원장이 8년째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자승 총무원은 정권이 교체된 직후 그의 승복을 벗겼다. 명진 스님이 그동안 여러 매체 등에 출연해서 조계종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게 이유 중의 하나였다.
명진 스님 일대기를 시작하면서, 1편에서 '자승 총무원이 그의 승복을 벗길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4편에서는 2007년 이명박 선거캠프의 '747 불교지원단' 상임고문을 맡았던 자승 총무원장이 당시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함께 봉은사 명진 주지스님을 찾아와 사실상 선거운동을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자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던 승려(적광 스님)를 호법부 스님들이 납치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징계하지 않았다. 폭행에 가담한 승려는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조계종 25개 본사 중의 하나인 사찰 주지로 임명했다. 그는 중앙종회 의원(조계종의 국회격)으로 당선돼 활동하고 있다.(
관련 기사: 납치 폭행당한 스님, 지금은 정신병동에) 폭행 피해자인 적광 스님은 명진 스님처럼 승복을 벗겼다.
명진 스님의 승적 박탈과 관련한 여러 쟁점이 있지만, 생략한다. 지금 굳이 들추지 않아도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다. 그는 또 성철 큰 스님 앞에서 "성철의 목을 한칼에 쳐서 마당 밖에 던졌습니다. 그 죄가 몇 근이나 되겠습니까?"라고 법거량(法擧揚. 스승이 제자의 수행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주고받는 문답)을 하기도 했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정신을 추구하는 게 불가의 풍토인데, 그가 종정 스님을 비판했다고 승복까지 벗길 일일까? '그릇된 것을 깨야 바른 것이 드러난다'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이 부처님의 가르침인데, 자승 총무원장은 조계종단에 드리운 정치권력의 먹장구름을 깨려고 온몸으로 맞서왔던 그를 내칠 자격이 있는가? 자승 총무원장의 자격을 묻는 두 가지 의혹 사례를 추가하자면 이렇다.
#사례 1. "장관님 화이팅 하세요" 문자 vs. "사실 무근"?2013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윤석렬 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검장)이 출석했다. 윤 전 수사팀장은 당시 의욕적으로 수사를 벌이다가 징계를 당한 상태였다. 윤 검사는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야당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사실상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윤석렬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실체는 황교안 법무장관 폭로"(서울신문 22자 기사 제목)대부분의 언론들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고, 자승 총무원장이 이날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격려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명진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자승 원장이 황 장관에게 '장관님 화이팅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조작사건'으로 떠들썩했던 때죠. 불자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이 부글부글하던 때인데 조계종의 수장이 왜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요? 정권과 조계종단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윤 검사를 징계한 황교안씨는 사실 총리로 임명될 당시 불교계에서 삭발 투쟁까지 하면서 반대했던 인사였어요. 그는 사회법보다 교회법이 우선한다고 말했던 광신적인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죠."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 자승 원장과 조계종 총무원 효신 홍보국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또 두 인사에게 핸드폰 문자로 반론을 요청했는데, 홍보국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회신 문자가 왔다.
"질의하신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근거 없는 보도에 따른 민형사상 법적 책임은 귀 언론사에 있습니다." 최근 문자 의혹과 관련, <불교닷컴>측의 해명 요청에 자승 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보도시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답변해 왔다.
<오마이뉴스>가 그간 논란이 됐던 '자승 원장의 문자'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조계종 총무원이 <오마이뉴스>에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아래의 문자를 확인해 주기 바란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2013년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문자.
오마이뉴스
#사례 2. "각하, 컵에 먼지가 들어갈까 봐..." vs. "사실이 아니다"2013년 4월 15일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 스님)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민행복을 위한 기원대법회'를 열었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인사 등 1000여명이 모인 법회에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한 연설 내용만 보도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지원과 협력을 통해 공동발전의 길로 함께 나갈 것이다."박 전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에 7~8명이 앉아 있는 원탁 테이블로 내려왔다. 명진 스님이 당시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은 이렇다.
"그때 자승 총무원장이 일어나 박 전 대통령의 물 컵 위에 덮어놓은 팸플릿을 치우면서 '각하, 컵에 먼지 들어갈까 봐 덮어놨습니다'라고 말했답니다. 그걸 목격했던 사람들은 '낯 뜨겁고 창피해서 혼났다'고 말합디다. 종교계의 지도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요?"도정 스님(제주 남선사 주지)도 "당시 자승 원장의 지근거리에 있던 한 스님이 행사를 마친 뒤에 되돌아와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몇몇 스님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면서 "불교계를 대표하는 분이 자존심도 없이 권력에 아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신 홍보국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암시하는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당시 행사에 참석해서 이 이야기를 전해줬다는 스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를 통한 확인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라도 총무원측으로부터 당시 정황에 대한 추가 답변이 온다면 기사에 적극 반영하겠다.
[다시 묻는다] 쇠에서 나온 녹이 그 쇠를 먹는다
▲지난 겨울 촛불집회 때 촛불을 든 명진 스님.
명진스님
'쇠에서 나온 녹이 그 쇠를 먹는다.'명진 스님은 불교 초기 경전인 법구경에 나온 이 문구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온 욕망이 사람의 몸을 망치고 있습니다. 돈이 주인인 세상이 됐는데, 절집안도 돈이 주인이 됐죠. 물질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라는 게 부처님의 첫 번째 가르침인데, 돈으로 주지 자리를 사고 팔고, 선거 때만 되면 돈으로 표를 사는 비극의 악순환입니다. 도를 구하는 게 아니라 돈을 구하고 있습니다."그는 "조계종의 일부 권력승들은 템플스테이 등 국가 예산을 받으려고 정치권력에 기생하고, 이걸 비판하는 언론은 '해종 언론'으로 규정해서 사찰 출입을 봉쇄했다"면서 "국민 고통을 위로해줄 종교가 국민 손가락질을 받기에 불교 정화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검은 구름이 흩어지면 달이 드러나듯이 자승 총무원장 8년 세월의 적폐들이 드러나면 건강한 종단을 향한 길이 보일 겁니다. 저의 승적 박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종단 권력의 문제입니다. 이제 시작하려고 합니다. 모든 게 드러날 때까지. 그 뒤에 좋은 산에 올라가 달밤에 텐트치고 하룻밤씩 자고 싶습니다. 배낭을 메고 혼자 걷고 싶습니다. 삶이란 뭘까? 43년 전 출가할 때의 물음을 달빛처럼 제 온몸에 채우고 싶습니다. 어릴 때에는 해답을 구하려고 물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치열하게 물을 것입니다. 그 물음 속에 답이 있습니다. 이 말을 이해하겠어요? 생각하면 나는 엄청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고요. 하-하-하-."[명진 스님 연재를 마치며] 석고대죄
▲보광암 흙집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앉아있는 명진 스님.
김병기
초파일 하루 전인 지난 5월 2일이었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 보광암에 올라가 명진 스님을 만났다.
- 우짠 일로 여기 산골짝까지 왔는감?"석고대죄하러 왔습니다."
그의 승적박탈의 도화선이 된 것은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였다.
"박근혜 청와대는 추악한 '범죄 소굴'... 경찰은 수갑 들고 촛불시민과 진격하자""촛불은 거대한 정화조이자 쓰나미, 광화문 촛불 바다 속에서 소름 돋았다"조계종의 호법부는 이 기사에서 총무원에 대한 비판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을 보고 징계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 스님은 "과거 적광스님을 폭행한 호법부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두 번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고, 호계원은 승적 제적 징계를 확정됐다.
그래서였다. 수박 한 덩이 짊어지고 초파일 행사 전날 그를 찾아간 것은. 인터뷰를 작정한 길은 아니었다. 월악산 흙집 법당에 하얀 별빛이 쏟아졌다. 휘파람새 지저귀는 소리가 어둠을 채웠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웃음 속에 절망이, 눈물 속에 환희가 있었다. 깨달음과 연민, 자비와 죽비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누군가와 그 삶을 나누고 싶었다.
명진 스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다음 편은 언제 나오냐'며 전화를 주신 독자도 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활자에선 향기가 나지 않는다. 오롯이 그의 삶에서 우러나는 향기이다. 많이 부족했기에 스님의 치열한 삶을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매번 글을 올리면서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했다. 기자는 이명박씨가 '한반도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부터 10여 년간 4대강 문제에 매달려 왔다. 촛불은 정권을 교체했지만 4대강 적폐는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 기자로서 제2의 과제를 조계종 적폐청산으로 정하고 그곳에 촛불 한 개 켜두겠다. 그게 석고대죄 하는 길이며, 사회가 부패할 때 종교가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4대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든 이명박 정권은 그를 절(봉은사)에서 쫓아냈고, 조계종단은 이제 그의 승복을 벗겼다. 정권 교체가 되면서 4대강 적폐는 이제 청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조계종 적폐는 건재하다. 검은 구름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명진 스님- 나를 찾는 길①]"성철스님과 맞장 뜨려고 백련암 올라갔죠"[명진 스님- 운동권 스님②]"소머리 대신 스님 머리 삶을까요?"[명진 스님-깨달음에 대하여③]"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명진 스님-천일기도와 죽비소리④]"스님, 저는 정말로 박근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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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파이팅' 자승 원장이 황교안에게 보낸 문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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