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감시대상인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 분) 부부를 감시하며 점차 그들의 삶에 감화되는 비즐러(울리히 뮤흐 분). 비즐러는 그로부터 자기 자신의 삶에 눈을 뜨게 된다.
에스와이코마드
<없는 사람>은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한 젊은 작가 최정화의 작품이다. 그녀가 지난 1년 간 문학잡지 'AxT'에 연재한 첫 장편을 정리해 묶은 것으로 주인공인 무오와 사건을 주도하는 이부, 실제 삶에서 급격히 무너져 가는 도트를 주요 등장인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는 여러모로 2006년작 독일영화 <타인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 냉전 당시 동독 비밀경찰 신분으로 극작가 부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비즐러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하루 종일 극작가 부부가 나누는 대화와 통화를 엿들으며 이들을 감시하던 비즐러는 차츰 그들의 모습에 감화돼 자신의 삶을 새롭게 돌아보게 된다.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에 눈 뜬다는 이야기, 그 배경으로 등장하는 묵직한 역사, <타인의 삶>이 관객들에게 던진 감동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이 소설이 영화와 차이를 보이는 건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이해의 정도다. 저자가 직접 작가의 말 등을 통해 밝힌 것과 같이 처음 초점을 맞춘 인물 도트를 비롯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점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저자에게 제7회 젊은작가상을 안긴 섬세한 내면 묘사는 주인공 무오에게 집중됐다. 연재 초반 제목이었다는 <도트> 역시 무오를 뜻하는 <없는 사람>으로 교체됐다. 저자가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는 이부는 부족한 자료조사 탓에 캐릭터에 현실성이 부여되지 못했다.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이부와 그가 꾸미는 일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탓이리라 판단한다.
많은 조사도, 많은 수정도 하지 않는 작가, 그보다는 만난 적 없는 인물의 내면을 상상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정화의 소설 창작은 단점만큼 매력적인 구석도 적지 않다. 그의 소설이 쌍용자동차 문제란 한국의 현실에 마주 닿자 결과물은 현실과 가까우면서도 꼭 같지는 않은 무엇이 되었다. 그로부터 오늘의 독자들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소설의 역할은 다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은행나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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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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