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든 식용유+베이컨 기름 버전의 요크셔푸딩.
강윤희
오늘의 두 번째 메뉴는 요크셔푸딩, 이름은 푸딩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푸딩과는 달리 차라리 식전 빵에 가깝다. 달걀, 물, 밀가루로 만드는 이 푸딩은 위로 부풀어 오른 모양에 속은 텅 빈 것이 특징으로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며 영국 전역에서 즐겨 먹는다. 로스트비프에 그레이비 소스와 곁들여 먹는 것이 흔하고 그냥 빵 자체로 즐기기도 한다. 역시 셜록을 모티브로 한 미드 <엘리멘트리>에서 셜록이 요크셔푸딩을 만드는 장면도 눈에 띄며 런던의 관광 명소이기도 한 '셜록 펍'의 유명 메뉴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방식의 요크셔푸딩은 고기를 굽는 오븐 아래칸에 반죽을 채운 틀을 넣어 고기에서 떨어지는 기름이 푸딩에 스며들게 하며, 고기를 함께 굽지 않을 때에는 남은 고기 기름을 활용해 굽는 것이 특징이다. 요크셔푸딩의 영혼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틀에 고기 기름을 부어 오븐에서 충분히 뜨겁게, 연기가 날 때까지 달궜다가 반죽을 넣고 굽는 과정으로 이렇게 해야 속은 뻥 뚫리고 겉은 부풀어 오르는 모양으로 구워질 뿐 아니라 빵 전체에서 기름진 고기 풍미가 난다.
옛날 가난했던 시절에는 고기 요리를 먹기 직전에 요크셔푸딩을 먹음으로서 고기의 향을 즐기며 배도 채워 고기를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들도록 했다고 한다. 아무튼 요크셔푸딩을 향한 영국인들의 집착과 사랑도 굉장한데 무려 '영국 왕립 화학 협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에서 요크셔 푸딩 선언을 했을 정도. RSC의 화학자들은 "요크셔푸딩은 반드시 10cm 이상이어야 한다"며 요즘은 제대로 된 요크셔푸딩이 없다고 한탄하는 한편 공식 레시피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필자는 높이가 어느 정도 있는 요크셔푸딩 전용 틀(팝오버 틀) 대신 머핀 틀을 사용해 낮은 높이의 요크셔푸딩을 만들고 상념에 빠졌다. 이 요크셔푸딩을 셜록이 받아든다면, 그 까칠하고 고지식한 성격에 "이건 요크셔푸딩도 아니야!" 하며 던질게 분명하다고. 셜록 같은 성격의 이에게 요리를 차려주는 일이란 얼마나 까다롭고 힘빠지는 일일까, 아니 식탐이 없으니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셜록이 이 요크셔푸딩을 보고 던져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왓슨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복수는 가장 차갑게"라는 말이 있으니 티타임에 차갑게 식은 차를 건내는건 어떨까.
아니 애초에 나는 왜 실존인물도 아닌 인물의 취향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어쨌거나 샌드위치 스프레드와 요크셔푸딩을 잔뜩 쌓아놓고 드라마건 영화건 소설이건,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씨네밥상 레시피] 햄샌드위치와 요크셔푸딩셜록 홈즈 시대의 햄스프레드 샌드위치 (4인분 기준)한 번에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3~4일은 발라 먹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다진 샐러리를 더하거나 우스터소스, 케찹을 더해도 좋다. 마치 '대영제국 료리 대백과'에 나올 법한 살짝 촌스러운 맛으로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에 많이 팔리던 '샌드위치 스프레드'와도 비슷하지만 그것보단 진한 맛이다. 어쨌거나 간단하면서 맛은 괜찮다.
재료 : 다진햄 ½컵, 슬라이스치즈 10장(혹은 체다치즈 200g), 다진피클·다진양파·생크림 2큰술씩, 다진피망·머스터드·마요네즈 1큰술식, 백후춧가루 약간
1. 재료를 모두 믹서기나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간다. 너무 곤죽이 되지 않게, 건더기가 적당히 있는 정도로만 가는 것이 포인트.2. 식빵 사이에 스프레드해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요크셔푸딩 (머핀틀 8개~12개 기준)요크셔푸딩의 핵심은 소고기 기름인데 해외에선 '비프드리핑'이라고 해서 포장된 것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가정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오븐에서 로스트비프를 할 때 나오는 기름을 모아 사용해도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일반 콩기름이나 카놀라유 등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버터를 사용하면 풍미가 좋아지지만 오븐에서 기름을 연기가 날 정도로 뜨겁게 만드는 과정에서 버터 특유의 낮은 발연점 때문에 타 불순물이 생기기 쉽다.
필자는 버터로 만들었다가 불순물이 생겨 겉모습이 지저분해(맛은 좋다) 식용유에 베이컨 기름을 더해 다시 만들었다. 베이컨을 팬에 구워 나온 기름과 식용유를 더해 동물성 기름의 풍미를 더한 것. "그래도 요크셔 푸딩엔 소고기 맛이 나야지!" 하는 이라면 기름에 비프스톡가루를 살짝 개어 사용해도 좋다. 요크셔푸딩을 오븐에 넣고 구울 때 옆에 소시지를 넣고 함께 구우면 소시지에서 나오는 기름과 연기가 옮겨가 요크셔푸딩에서도 고기의 맛이 난다는 외국 블로거의 팁도 있다.
로스트비프 등 고기 요리에 곁들여도 좋고 그레이비소스를 끼얹어도 좋지만 그냥 그 자체로 즐겨도 좋다. 구운 베이컨, 달걀 프라이 등과 간단한 식사로 먹어도 어울린다. 반죽 위에 체다치즈를 살짝 갈아 넣거나 잘게 자른 베이컨을 올려도, 세이지, 타임, 로즈마리 등의 허브를 더해도 좋다.
재료 : 달걀 4개, 중력분 150g, 우유 175g (¾컵), 물 25g(1큰술과 2작은술), 소금 ½작은술, 식용유(소고기기름, 라드, 쇼트닝으로 대체 가능) ½컵
1. 모든 재료는 실온으로 준비한다.2. 볼에 밀가루를 붓고 달걀을 깨 반죽기로 적당히 섞다가 우유와 물, 소금을 부어 매끄러워질 때까지 잘 섞는다. 너무 많이 섞으면 안된다.3. 반죽을 최소 30분, 최대 하룻밤 실온에 그대로 두어 숙성시킨다. 하룻밤 숙성시키는 것이 가장 좋고 냉장고가 아닌 실온에서 숙성하는 것이 포인트다.4. 오븐을 230℃로 예열한다. 머핀팬에 기름을 나눠 넣는다. 바닥에서 약간 찰랑거릴 정도, 너무 많이 붓지 않도록 주의한다. 팬을 오븐에 넣고 기름에서 연기가 날 때까지 10분 가량 가열한다.5. 팬을 꺼내 기름이 뜨거울 때 반죽을 재빨리 나눠 넣는다. 틀 높이의 반, 혹은 ⅔ 까지만 넣어야 한다. 팬을 바로 오븐에 넣고 15~20간 굽는다.6. 반죽이 높게 부풀어 오르고 먹음직스러운 갈색을 띄면 오븐에서 꺼낸다. 틀에서도 바로 빼내는 것이 좋다. 뜨거울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식은 요크셔푸딩은 먹기 전에 다시 데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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