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훈 씨가 사진 촬영에 '반만' 응했다. 자신의 캐릭터 '상품'을 들고 한 컷.
박장식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한 마디 부탁드린다.
"부산 동쪽 어딘가의 신도시에 살고 있다. 낙서를 좋아하는,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정경훈이라고 한다. 평소에 사물을 의인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을 취미로 그리고 있었는데, 어쩌다 제안이 들어와 정식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 그렇다면 연재하고 계신
웹툰, 'Absurd Train Story(이하 ATS)'은 어떤 내용인가. "현실의 철도상황과 내가 상상하고 있는, '기차에 눈과 입을 붙이고 캐릭터화시키는 세계를 적절히 섞어낸 만화이다. 철도에 대해 알아두면 써먹기 좋을 법한 정보를 알려주고, 철도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재를 하고 있는데, 가끔은 번외편으로 배경지식이 있다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기차덕후 유머'스러운 내용도 올리곤 한다."
-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상상하고 있다'고 하는... 그런 세계관이 어떤 모습인가.
"모든 것이 살아있다.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살아있다. 공책 두 권을 채울 정도의 설정집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공책 한 권은 어떤 세계인지에 대해 써 놓았고, 한 권은 기차들 하나하나의 설정을 잡아놓았다. 살아는 있는데, '애들 취향'은 확실히 아니다. 어린이들도 볼 수 있지만, 철도 정책과 관련한 '블랙 유머'도 섞여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확히는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눈과 입을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일단' 주인공은 철도지만 기차역도 살아있고, 지나가는 건물도 살아있다. 말을 시켜도 할 말이 애매한... 그러니까 다리의 교각, 아스팔트, 신호등, 과속단속 카메라 같은 애들은 대사를 '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원래는 더욱 방대한 세계관이 있다. 요약하자면 '자아, 입을 가진 사물'과 사람의 충돌이다.
이런 세계관을 갖고는 있지만 ATS에서는 한 번도 써먹지를 못 했다. 그 세계관 스토리만 따로 연재할 기회가 있으면 해 보고 싶다. 수능 끝나고 시작하는 연재부터는 이런 세계관을 반영해보고 싶다."
- 알겠다. 주호민 작가의 '스타시스템' 급으로 세계관이 방대하시다. (웃음) 세계관...도 있지만 'ATS'는 철도를 소재로 삼았다. 철도를 특별히 소재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기차를 좋아해서이다. 끝. 누구든간에 '덕질'의 시작 포인트를 알 수 없듯이, 덕질을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기차를 그리고 있었고, 기차를 주로 그리다보니 가장 잘 그리는 것이 기차랑 선로가 되었다. 그래서 기차를 주로 그리고 있다."
- 그렇다면 사물을 '살리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좋아서 했다. 사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상상 그 자체가 '생동감' 있어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물을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지더라. 지금 앉아있는 의자, 들고 있는 컵은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상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것들과 인간 대 사물관계를 어떻게 맺고, 어떻게 친해질 수 있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을 뛰어넘어서 사람과 사물 간 관계도 다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