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연향동에서 열린 순천 청소년 시국대회의 모습.
강인균
- 그렇다면 집회 진행 중에, 집회를 하려던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이 있었나.
최미린: "내 친구들이 많이 왔는데, 교실에서 필기 하라는 대로 필기하고, 수업 중에 잠 잘 자던 평범한 친구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모여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반전 매력'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언론에 비치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우리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강인균: "학교 후배가 나보다 시위나 집회를 열정적으로 다니고, 비싼 돈 들여서 서울까지 '원정'을 다닐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집회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 나오겠다고 했는데, 1, 2학년 기말고사가 며칠 안 남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걱정을 했는데 후배가 '지금 나라가 이 꼴인데 공부만 하면서 가만히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한 것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후배에게 한 수 배웠다."
최미린: "또 중학생들이 많이 집회에 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는 초등학교 5학년 친구였는데, 자유발언 때 '전 세계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들'이라면서 미국의 트럼프, 북한의 김정은, 한국의 박근혜라고 말을 한 것이었다. 또 초등학생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와서 '나도 자유발언 한 번만 하게 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그 모습에서 정말 '감동'받고 '나는 초등학생 때 무엇을 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또 사회 볼 때는 많이 온 줄 몰랐는데, 행진하면서 뒤를 돌아보니까 많은 친구들이 줄을 길게 이어서서 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정말 가슴이 찡했다."
강인균: "광양 사는 친구들과 함께 버스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 집회가 너무 잘 되었고, 큰 목소리로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던 것이었다.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 그렇다면 끝나고 주위 어른들 반응들은 어땠을까. 아마 선생님들 중에서 직접 목격하신 분들도 계실텐데.
강인균: "학교 가니까 담임선생님부터 다른 선생님들까지 '동네방네' 다 소문이 났다. 역사 쌤이 오시더니 교과서 말고 거리에서 배우는, 이런 것이 진짜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수고했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부모님은 '나중에 잡혀가는 것 아니냐'고 하셨는데, 다행히도 지금까지 별 탈은 없다. 그렇지만 길거리에서 '빨간 마티즈'를 보면 가끔 쫀다."
최미린: "앞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데 그때 담임선생님이 오신 것이었다. 잠깐 보시다가 한눈파니까 다른 곳으로 가셨다. 사실 다음 날 피곤해서 지각했는데, 담임선생님이 '피곤했구나, 그래도 무단이다'라면서 진짜 무단지각에 출석부 체크를 하셨다. 그래도 무단지각은 무단지각이니까.(웃음) 부모님은 아예 집회에 오셨다. 엄마랑 언니가 왔는데, 엄마가 괜히 태클을 거셨다. '왜 그렇게 아는 척을 하냐'면서 거셨는데, 그래도 수고했다는 응원을 해 주셨다."
- 그렇다면 환기하는 질문 하나. 모든 상황이 같다는 전제하에 서울 광화문에서 이런 집회를 개최했다면?
강인균: "그곳에서 했거나 여기서 했거나 내용은 같았을 것이다. 원래 사람이 '빠글빠글'한 도시니만큼 더 많은 청소년이 모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우리 동네,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했으니만큼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최미린: "오히려 순천이라 더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했다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사람도 더 많이 모였겠지만. 사람들이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 청소년들에게 이런 집회를 경험하게 해준 것이라서 의미가 더욱 크다."
- 앞으로도 이런 집회 개최기회가 있으면 할 것인가.
최미린: "당연하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에서 벗어났으니만큼 앞으로 한다면 더욱더 큰 책임감을 갖고 참여할 것이다. 고등학교 때 '경험'을 했으니만큼 이제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집회에 참여하고 싶다."
강인균: "이런 집회가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권력자들의 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가 바로잡히는 사회가 되어서 이렇게 거리에 나설 일이 없으면 좋겠다. 만일 무엇인가 잘못 돌아간다면 이번보다는 훨씬 짜임새 있게 열기도 하고, 참여도 하고, 자유발언도 올라가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