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심판 12차 변론 시작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제12차변론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글쓴이는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입니다.... 편집자말1970년대까지의 한국자본주의는 ʻ국가-재벌 동원체제ʼ 로 특징 지워진다. 이러한 국가-재벌 동원체제가 극단으로 치달은 것이 바로 1972년 유신헌법체제였다. 수동혁명적 민주화로 지칭되는 87년체제 역시 적지 않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어서 분점정부와 대통령무책임성, 정치의 사법화와 노동의 배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최장집은 서구 국가의 공화주의 헌법은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출발점이 되었지만, 한국의 법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규범과 이상으로서의 법이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한다.
특히 정치의 사법화와 관련해서 "강조될 것은 사법부와 법관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갖되, 그것이 사회에 대해 자율성을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에서 사법부는 하나의 정부 기구로서 이중적 위상을 갖는다. 하나는 다른 두 정부기구에 대해 자율적인 부서로서 견제와 균형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 점에서 그것은 자율성을 갖는 부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다른 하나는 국가로서 사회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하고, 사회적 책임에 종속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박근혜씨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광장의 역동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많다. 중요한 점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제도정치로만 수렴되면서 촛불이 사그라들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힘과 방향은 얼마간 달라지고 있다. 광장의 정치는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고, 정치적인 관심은 대통령선거로 맞춰져 버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조기대선이 기득권정치에 어떤 균열을 만들 수 있을까?
대중정치,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 주말 없이 광장에 나서는 시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싸그리 망해버려라'라고 생각될 만큼 파국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파국 이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상상해야 한다. 지금은 '누가'가 아니라 '어디로' 혹은 '무엇을' 하겠다는 말들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지그문트 바우만은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에서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더 열렬하게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무엇보다 약자의 불행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곤경에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유토피아 사유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유토피아는 사람들이 매우 고통스럽게 경험하는 사안들에 대답을 제시한다. 유토피아가 대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라는 골치 아픈 질문에 대답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대중의 상식'에 침투해야 하며, 이 '상식'을 바꿀 수 없다면 혁명은커녕 사회 변화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직접 민주주의와 대표의 불가능성(?)도 고민이지만, 어떤 '대중의 상식'인가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라클라우와 무페는 대의민주주의가 제도화 된 사회에서는 누가 어떻게 다양한 사회 집단들을 '인민(people)'으로 구성하는지가 정치의 요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중정치,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이제 87년 헌법이 수명을 다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진 듯 하다. 헌법현실이 헌법정신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게 사실이라면, 한 사회가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는 방법의 하나가 헌법 개정이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기득권정치 중심의 성급한 권력구조개편 개헌'론'은 있지만, 사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개헌'은 아직 충분히 숙성되고 있지는 못하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토론을 시작해 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광장의 시민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헌법적 투쟁과 운동적 투쟁을 병행해야 할 때이다.
개인적으로는 시민적으로 '개헌'을 적극적으로 토론하되, 충분한 숙의와 시민주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느린(deliberately slow)' 과정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녹색당은 그 과정에서의 시민참여와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그래야만 헌법이 명실상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약속'으로 자리잡고 우리의 일상에까지 녹아드는 규범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먼 미래나 환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나야 하고, '나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개개인의 실천 속에 있다.'"그렇다면 기득권정치/제도정치는 어찌해야 하나? 별다르지 않은 인물론 중심의 대선으로, 권력구조개편 개헌으로 달려갈 것이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바로 지금 당면한 개혁과제들을 미루지 않고 수행해야 한다. 달라지는 모습을 지금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 중에는 선거제도개혁도 중요한 이슈이다.
개헌과 관련해서 권력구조를 먼저 개편하자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바꿔내기 위해서는 국회가 먼저 달라져야 하고, 그래서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통령제가 유능한 민주적 정치기관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조건은 바로 강력한 의회의 존재라고 토크빌도 지적하고 있다.
의회 구성을 바꿔내는 선거제도개혁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