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육군35사단 장병들이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에서 농가에 쌓인 눈을 치우는 모습.
연합뉴스
사회에서는 연말연시에 눈이 내리면 기뻐하는 사람들이 나오죠. 특히 어린이나 학생, 연인들은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연말연시의 즐거움이 새하얀 눈으로 배가되는 순간이죠. 그러나 연말연시에 병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창고정리도, 약을 올리는 병장들도 아닙니다. 가장 힘든 것은 다름 아닌 '눈'입니다.
군인들에게 연말연시의 '눈'만큼 싫은 것이 없습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민간인들과 달리 군인들은 눈이 내리면 '치워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연말연시에 눈을 제거하는 '제설(除雪)'은 굉장히 번거롭고 짜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연말연시에는 평일보다 취침시간이 길게 주어집니다. 행복한 '꿀잠'을 자던 병사들은 기상방송을 듣습니다. 그와 동시에 당직사관의 전달사항이 전파됩니다. 듣는 순간 병사들의 거친 욕설과 짜증이 중대 곳곳에서 퍼져나갑니다. 당직사관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죠.
"중대원들은 방한대책 철저히 강구하고, 지금부터 '제설작전'에 들어간다!"제설작전. 주둔지 및 근처 도로망 근처의 눈을 치우는 일이죠. 급박한 전시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군대에서는 '제설작전'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사용합니다. '작전'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쓸 정도로, 병사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연말연시에 눈이 내린다면 병사들 입장에서는 아주 죽을 맛입니다. 편안하게 쉬어야 할 연말연시에 눈이나 치우고 있으니 말이죠! 방한대책을 아무리 철저히 하더라도 결국 추위에 벌벌 떨게 됩니다. 만약 눈을 치우는 과정에서 젖는다면? 살이 얼어붙는 통증까지 옵니다.
게다가 눈을 아무리 치우고 치우더라도 금세 쌓입니다. 빨리 눈을 치우라고 다그치는 당직사관.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보고 절망하는 병사들. 6.25전쟁 때 끝없이 몰려오는 중공군을 보던 국군의 기분이 이랬을까요?
거기에 밤에 폭설이 시작된다면? 병사들은 'X됐다'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다'라고 중얼댑니다. 새벽에 곤히 자는 병사들을 즉시 깨워서 교대로 제설작전에 투입시킵니다. 물론 교대를 해도 눈은 그대로입니다. 아무리 치워도 계속 족족 쌓이거든요. 사실 이게 의미가 있는 행동인가 싶기도 합니다. 눈이 내리는 와중에, 아무리 눈을 치워도 진전이 있을까요? 오히려 병사들의 노동력을 낭비하는 바보짓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이렇듯 연말연시에 눈이 내린다면 병사들에게 정말 '최악의 재앙'이 도래합니다. 혹시 지금 이 시간에도 추위에 벌벌 떨며 한참 '제설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병사들을 위해서, 올해 연말연시만큼은 눈이 '조금만' 내리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국군장병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장병 여러분, 연말연시에도 고생하십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들은 사회에서 안심하고 잠을 잘 수가 있습니다. 부디 다치지 마십시오. 하루빨리 가족의 따스한 품으로, 상식적인 민간사회로 건강하게 돌아오기 바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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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병장'보다 더 날 '빡치게' 하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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