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23일 오후 충남 공주 금강 공주보 상류 1km 지점에서 강바닥의 토질을 채취해 살펴보고 있다.
이희훈
예고된 참사였다. 김 기자는 수차례 공산성 붕괴를 경고했다. 하지만 번번이 외면당했다. 멀게는 사고발생 3년 전부터다. 그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과 함께 공산성을 둘러보고 붕괴 위험성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
'4대강 공사로 공산성 일부 붕괴될 수도'하지만 귀담아 듣는 이가 없었다. 허송세월만 보냈다. 그는 굽히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의 폐해로 1500년 역사가 '우장창창'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고 발생 약 한 달 전부터 문화재 위원과 환경단체, 교수 등과 함께 차례로 공산성을 돌며, 기사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공산성의 배불림과 싱크홀 현상을 발견해 숱한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1500년 된 산성..."4대강 사업으로 1년만에 망가져"공주 공산성 지반 침하, 원인 놓고 주장 엇갈려'붕괴' 공산성 둘러본 안희정 지사 "섣부른 단정 안돼""무너지는 공산성...이대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못한다"공산성 배부름·성곽 뒤틀림 추가 발견...붕괴 조짐공산성 붕괴 조짐...4대강 관련성 공개토론 요구밀물처럼 몰려든 언론과 유명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금강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정치인들도 앞 다투어 몰려와 무너진 성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더니 사라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되자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금강을 등지고 떠나갔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기획하고 4대강 사업이 연출한 한 편의 희극이었다.
코미디 같은 상황은 이게 다가 아니다. 2년 뒤 문화재청은 공산성의 붕괴 원인이 '빗물' 때문이라고 발표한다. 밤사이 내린 가을비 40mm가량에 1500년을 버텨온 성곽이 무너졌다는 거다. 공산성 붕괴 위험성 경고를 무시하고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은폐한 문화재청이 내놓은 결론이다.
'파산 기자'가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겼다. '공산성 붕괴' 특종기사로 많은 게 변했다. 우선, 공산성 복구공사를 '보강 수준'에서 '2년 전수조사'로 바꾸어 놓았다. '쉬쉬' 하고 구멍만 메울 수 있었던 일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게 한 거다. 원인 파악도 하지 않고 복구 작업을 한다면, 또 다시 붕괴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거다. 그 덕에 복구 작업을 마친 공산성은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처절한 기사의 힘은 강했다.
김 기자에겐 비극이었다. 비싼 항공료를 갚으려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했다.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매번 뒷감당에 허덕이면서 또 다시 빚을 내 취재비를 충당했다. 항공료만 지난 2009년부터 10여 차례 지불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3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으로 된 논까지 팔아 취재비로 사용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허튼 데 쓰지 말라"며 손에 쥐어 준 돈이었다. 그동안 빌려 쓴 돈을 갚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아니 부족했다. 전셋집마저 월세로 돌렸다. 그것도 모자라 수개월째 월세가 밀렸다.
'엎친 데 덮친다'고 했던가. 그 무렵, 그는 강변을 걷다가 말벌에 쏘여 눈이 퉁퉁 부어 며칠을 앓아눕기도 했다. 어디 이뿐인가. 풀밭을 헤치고 다니다가 뱀을 밟아 발뒤꿈치를 물린 기억도 있다. 독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 허리띠를 풀어 발목에 묶고 혼자서 절뚝이며 병원으로 갔던 서글픈 기억이다. 그래서다. 그는 매일 밤 같은 고민을 한다.
"금강을 포기하고 '노가다'라도 뛰어야 하는 건 아닐까?"빚 독촉...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