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끝난 들 옆으로 적벽산을 안으며 흙담을 따라 들어가면 읍청정이 나온다.
김종신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놀게 만드는 경치단성교를 지나 단성중고등학교 옆으로 빠져나와 강에 누각이 있다는 강루리(江樓里) 마을회관에 차를 세웠다. 한때는 경형, 담분, 유취, 매연 등의 6개의 정자가 있었다는 마을이지만 지금은 1919년에 지은 읍청정(揖淸亭) 하나만 남아 있다.
가을걷이 끝난 들 옆으로 적벽산을 안으며 흙담을 따라 들어가면 읍청정이 나온다. 읍청정은 안동 권씨 33세손인 권두희가 풍류를 즐기고 학자들과 사귀기 위해 만든 건물로 전면 5칸, 측면 3칸의 건물이다. 솟을대문에는 이락문(二樂門)이라고 현판이 걸려 있다. 두 가지 즐거움이란 무얼지 궁금했다. 관리하는 분이 출타했는지 사방에 있는 문들은 다 굳게 닫혀있다.
까치발을 하고 건물을 보았다. 마당 한편에 있는 하얀 소나무(白松) 먼저 나를 반긴다. 백송에게 눈길 한 번 주고 본 건물인 읍청정을 바라보자 무려 현판이 3개나 걸렸다. 읍청정, 관수헌, 장서루. 옛 건물들은 사라지고 시를 읊고 즐긴다는 읍청만 남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