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중학교 교사 신분증명서
박도
곧 종이 울리고 감독관이 왔다. 그분은 말없이 한 사람 한 사람 시험지를 나눠주고 60분간의 고사시간을 줬다.
시험문제는 모두 전공으로 국어 일반에 관한 문제였다. 5문제 가운데 3개를 골라 답하는 문제였는데 나는 그 가운데 3개를 골라 답을 했는데도 시간이 남아 다른 한 문제도 답을 썼다.
시험관은 합격자에게는 학교에서 곧 통지가 갈 거라고 했다. 사실 나는 그 무렵 좀 건방진 탓인지 그 학교에 쉽게 채용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60여 명이 몰려온 것을 보고 좀 놀라고 당황했다. 마침 신문에 마포구에 있는 ㅎ여중고에서도 교사초빙 광고가 났다.
나는 오산학교에서 시험 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 ㅎ여중고 교사초빙에도 응했다. 곧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해 면접을 보러갔더니 그 학교에서도 전공교과에 대한 필기시험이 있었다.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한 응모자가 10여 명은 돼 보였다.
시험문제는 대입 본고사 수준으로,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문제는 두보의 시 '춘망(春望)' 편이 출제됐다. 그 시는 고교시절 고문을 가르쳐 주시던 김영배 선생님과 특강으로 두시(杜詩)의 대가 동국대 이병주 선생에게 들은 바 있었기에 자신 있게 답을 쓸 수 있었다.
시험 후 집에서 기다리니까 두 학교에서 모두 최종 면접을 보라고 속달 편지가 왔다. 날짜가 더 빠른 오산학교에 갔더니 필기시험 성적으로 두 명을 뽑은 뒤 면접으로 최종 한 명을 뽑는다고 했다. 그날 면접을 본 뒤 집으로 돌아왔더니 이틀 후 최종 합격했다고 전보가 왔다.
그런데 ㅎ여중고 측에서도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니 최종 면접에 응하라고 연락이 왔다. 그 며칠 새 한 학교라도 합격하기를 기다리는 불안한 처지에서, '양손의 떡'처럼 두 학교 가운데 한 학교를 선택해야 할 행복한 처지에 놓였다.
오산학교 나동성 교장 선생님결국 시험을 칠 때 교실에서 본 남강(南岡) 이승훈(李昇薰) 선생의 유훈 말씀, 그리고 중고교 시절 매료되었던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 시인의 모교란 점, 그가 읊은 'JMS' 등의 시가 나의 발걸음을 오산학교 쪽으로 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