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도움 받았다" 시인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사과를 하는 모습을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남소연
그렇게 아이들이 들여보낸 뒤 곰곰이 생각해본다. 대통령이 진짜 대통령인지 의심되고, 정작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현실성이 떨어지는 작금의 세태 속에서, 날이 갈수록 질문이 날카로워지는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이해시키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넘버원(No.1)인데,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낱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의 꼭두각시라는 것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에게는 이해불가일 수밖에.
도대체 왜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국가기밀문서까지 넘겨가며 자문을 받았어야 했을까? 어쨌든 주위에는 배울 만큼 배운 온갖 똑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최순실의 조언을 필요로 했던 것일까? 단지 40년 지기 친구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님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최태민 목사로부터 시작해 최순실까지 이어져온 사교의 영향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하건데 그것은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젊었을 때부터 가졌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그의 아버지는 가장 믿었던 부하의 배신으로 인해 죽었던 바, 그녀는 그때부터 자신이 믿는 극소수의 사람들과만 의사소통을 해왔을 것이며 이는 정치계에 입문해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이런 박근혜 대통령을 이용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들은 그런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소통 방식을 신비주의로 치장해 무언가 그 뒤에 그럴듯한 철학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국민들을 현혹했다. 그 사이 최태민 목사 일가는 박 대통령의 무한 신뢰와 왜곡된 소통방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나갔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도 이와 같은 상황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행적을 봤을 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신화의 완성인데,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모든 걸 감수했다. 국정이 엉망이 되고, 서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남북관계가 파탄 나고, 주위 세력이 사익을 추구해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아버지 명예만 생각했다.
따라서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 혹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일가에 속아 넘어갔다며 불쌍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대통령의 자리는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로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그리고 능력이 없다면 애초부터 넘보지 말아야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기껏 아버지에 대한 제사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를 망국의 길로 인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은 가해자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박근혜를 만든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