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지하철의 비지니스 객차 전용탑승구. 이번 논란의 뜨거운 중심이 되고 있는 곳이다.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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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석의 이용객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북경청년보>의 보도에 따르면, 매달 수십 퍼센트씩 이용객이 증가해서 선전 11호선 열차는 개통 2개월 만에 콩나물시루가 된 지 오래라고 한다. 하루 평균 30만 명까지 이용하는 이 열차의 비즈니스석의 이용객이 최소한 ITX-청춘처럼 러시아워 시간대에 '매진'이라도 찍어준다면 지금까지의 비난이 무색할 수도 있겠다.
8량 중 6량을 콩나물시루로 만든 대가로 만들어 낸 비즈니스 객차에는 하루 평균 전체 승객의 10% 정도가 이용한다고 한다. 열차의 25%를 비즈니스석으로 만든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일반석의 승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오는 9월 두 번째 주부터 열차 간격을 좁힌다고 한다. 이럴 바에야 한 량을 입석 칸으로 돌리는 게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시 당국에서는 공항까지의 이용객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공항버스나 택시가 비즈니스석보다 저렴한 촌극이 일어나고 있다. 그나마 주말에는 지하철을 우선으로 이용하는 외지에서 온 '호갱님' 덕분에 이용객이 생각보다 많지만, 평일에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승객이 전체의 10%도 채 되지 못한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비즈니스 칸만 따로 모아서 공항 급행을 만들었으면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요한 것은 '풀뿌리 대중교통'의 평등 중국의 언론들은 '대중교통에서의 평등'이 작은 지하철 하나에서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대중교통은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논리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처럼 통 크게 열차 단위로 특실과 일반실을 나눴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하는 생각도 다시 든다.
돈 많은 자가 비즈니스석을 거의 '전세 내듯' 이용하고, 이들로 인해 나머지 승객은 열차 안만 '터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복장도 터지는 지경에 다다른다. '한 칸만 줄여도 저 콩나물시루를 벗어날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말이다. 아니, 비즈니스석의 인기가 많았어도 '수강신청' 뺨치는 자리 확보 때문에 조금 늦은 이가 복장이 터지는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에서 특실을 운영하는 열차는 좌석 지정제로 운영되는 열차이기 때문에 선전시와 같은 '갑론을박'을 벌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특이한 해외토픽은 '토픽'으로만 넘겨야 할까, 아니면 이 해프닝이 주는 교훈인 '대중교통은 평등하게'를 다른 교통정책에 도입할 생각을 해야 할까.
일단은 후자를 고른 독자들이 많으리라고 본다. '대중교통에서의 평등', 국내에 이 논리를 적용해보자. 멀리 갈 것도 없이 교통소외자와 교통약자, 그리고 오지의 시민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떠오른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에 부러운 마음이 들 것이고, 자신이 마음 편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할 것이다.
노약자나 장애인이 이용하기 쉽도록 턱이 없는 저상버스를 만들고, 두메산골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공영 콜버스를 운영하는 것. 나아가 나이, 장애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교통 서비스의 질이 모든 지역에서 일정하게 나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대중교통의 평등'이다.
대중교통, 그중에서도 모든 시민이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지하철, 버스 등의 '풀뿌리 대중교통'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것이 이번 선전시의 '비즈니스석(商务车厢)' 해프닝이 가져다주는 교훈이다. 중국의 사례를 웃음삼기 전에, 우리의 대중교통은 정말 평등했는가를 돌아본다.
다음번에는 요새 '핫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철길 위에서의 찰칵'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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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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