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8/04) 화면 갈무리
8월 4일 방송에서 박종진 진행자는 출연자 황상민 심리학 박사에게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성매매 경험을 집요하게 묻는 등 흥미 위주 진행으로 일관했다. 현직 부장판사가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는 사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초점을 바꿔 개인사를 추궁하기 시작한 것이다. 느닷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한 황상민은 이내 진행방식을 문제 삼았다. 다음은 실제 방송내용이다.
박종진 : 성매매 특별법 만들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 때, 그 이전에는 성매매 하셨죠? 황상민 : 누가요?박종진 : 아. 우리 박사님. 대학교 다닐 때... (미소를 띤 채 손으로 황상민을 가리키며)황상민 : 대학교 다닐 때 저 아가씨 손만 잡아도 결혼해야 되는 걸로 알 정도였어요. 아. 그거.박종진 : 너무 위험한 질문이었습니까? 제가? 황상민 : 위험한 질문이라기보다는박종진 : 아니 그때는 성매매특별법 이전에는 그 뭡니까. 많이 있었잖습니까? 집창촌도. 황상민 : 아.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답변을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박종진 : 아. 예. 가보셨죠?황상민 : 아, 구경 갔어요. 그런데 '너 했냐, 안 했냐' 하면, 제 개인의 지금 인성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거거든요. 박종진 : 네 알겠습니다. 거기까지. 네. 가봤다는 것만 인정하겠습니다.'현직 판사의 성범죄 비위'라는 핵심을 외면한 채 패널의 성매매 여부로 초점을 옮긴 박종진 진행자의 선정적 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여분 뒤 '성매매특별법' 폐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또다시 황상민의 성매매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에 흥분한 황상민과 설왕설래하면서도 끝까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박종진 : 그렇다고 해서 우리 박사님과 제가, 이거 우리가 둘이 '성매매하려고 저거 저러는 거 아니냐' 이렇게 또 댓글 올라올 텐데.황상민 : (따지듯) 지금 아까 저한테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까지 하셨어요.박종진 : (말 가로채며) 아니. 과거에 아이 우리 대학생... (눈 마주치자 말 문 막힘)황상민 : (흥분하며) 대학생 때…박종진 : (두 손 내저으며)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황상민 : 상당히 형편이 좋으셨나 보네요. 저는 돈이 없었어요. 책 살 돈도.박종진 : (황상민 모교를 상기시키려는 듯) 거기 신림동. 예 예. 알겠습니다.출연자가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태도는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황상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괜히 저까지 이상한 데로 끌고 들어가지 마세요. 저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해 가지고 집에 가서 뭐라고..."라고 하자, 박종진 진행자는 삿대질을 하며 "구경 갔다면서요, 구경" 하며 받아쳤다. 이에 황상민이 "아니, 차 타고 지나가면서"라고 하자 박종진 진행자는 이내 참았던 폭소를 터뜨렸다.
박종진 진행자는 유명 심리학 박사의 성매매 여부가 시청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라고 봤을까? 황상민을 대하는 그의 가벼운 언행을 감안하면 보도 가치를 높게 봤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청자의 관음증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명인의 성(性)' 이란 자극적 소재를 끌어온 것에 불과하다. 그는 패널의 항변을 가로채 일축하기 일쑤였고, '우리 대학생 때' 운운하며 자신과 황상민을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 청년기를 보낸 중년 남성'이란 범주로 간단히 묶었다. '그 시절 성매매는 보편적 경험'이란 뉘앙스까지 풍긴다.
그러나 악의적인 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나온 새로운 패널들에게 난데없이 성매매특별법에 관한 입장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차례로 의견을 밝히던 중 마지막 남은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답변 거부' 의사를 밝히자 박종진 진행자는 곧장 "피해가시겠다는 얘기죠. 피해가시겠다. 사람들이 참 솔직하지 못해요"라며 비아냥거렸다. 진행자의 무리수가 프로그램을 파행으로 몰고 간 대표적 사례다.
황당한 논리로 성매매특별법 폐지하라 주장박종진 진행자는 핵심 논의를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첨예한 성매매특별법 존폐 문제로 확장했다. 그런데 특별법과 관련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기보다는 철저하게 '폐지' 입장에서 성매매가 음성화된다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을 부각하는 데 애를 썼다. 심지어 성매매특별법 폐지 입장에 서서 '대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 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말까지 내놨다. 방송내용을 활자로 옮기면 이렇다.
박종진 : 지금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 대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 지금 너무너무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황상민 : 아 그래요?박종진 : 네. 대학생 아들을 둔. 황상민 : 아들이 계속 사고를 치고… 박종진 : 어. 사고를 칠까 봐. 황상민 : 진짜. 걸리면 그 아들 인생 끝이네요박종진 : 큰일 나니까. 아니, 진짜로요. 이거 내가 농담 아니고 진짜 그렇고. 하여튼 이거 '고양이 방울'(?)에. 지금 김강자 종암서장, 이 법을 만들게 된 시초 이분도 방송에 나와서 굉장히 후회했거든요. 엄청 후회하고 있는데, 자. '이제는 국회 20대가 됐으니까 양심껏 표퓰리즘이 아니라 정말 좀 국회에서 이거 좀 처리해줘야 된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애초부터 균형감 있는 진행은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여기에 출처도 밝히지 않고 논리적 개연성마저 떨어지는 억지주장까지 덧붙이자 황상민의 지적을 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다급하게 말을 가로채기까지 했다.
('헌법재판소의 성매매특별법 합헌 판결 당시 헌법재판관들이 사회 현실을 온전히 보지 못했다'라는 황상민의 발언이 끝나자)박종진 : '풍선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거기다가 오원춘 같은 그런 극악범들이 성범죄, 범죄자들이 굉장히 많이 늘고 그죠? 그리고 또 '성병도 굉장히 많이 늘어가지고 지금 비뇨기과에 손님이 꽤 많이 늘었다'. 뭐 이런 기사도 봤습니다.황상민 : 그거는 성매매에 의해서 일어난 성병의 확산이라고...박종진 : (말 끊으며) 아니 아니, 그러니까황상민 : 이야기 하기는 힘든 거죠. 박종진 : (또 끼어들며) 알죠. 아뇨 아뇨. 어찌 됐든황상민 : 그런 이야기 하시면 안돼요.박종진 : (흥분하며) 아니 어찌 됐든 이 특별법 만든 이후로 그렇게 됐다고황상민 : 이럴 때는 박종진 :(말 가로채며) 그렇게 추측이 되는 거고황당한 발언도 이어졌다. 먼저 황상민은 사건을 저지른 부장판사의 성매매를 두고 '남의 빵을 훔치면 죄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배고픔을 참지 못해 저지른 행위'에 빗댔다. 성과 음식을 동격으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인간의 기본 욕구와 현행법이 상충하는 가운데 자기 욕망을 우선시한 행동'이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박종진 진행자는 갑자기 "북한에서 소고기를 먹으면 사형당한다"는 말을 덧붙여 황상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방송된 대화를 옮기면 이렇다.
박종진 : 지금 실제적으로 북한에서 소고기 먹으면요, 감옥 간대요. 사형당한다는 얘기까지 들리는데.황상민 : 그럼 북한에서 소고기 먹는 거나, 남한에서 성매매하는 거나 비슷한 걸로 지금 비유를 하신 거네요.박종진 : 아니, 그러니까 법으로는 그렇다는 얘기잖아요 지금.(잠시 주춤) 제가 말 잘 못했나요?황상민 : (고개를 갸웃거리며) 갑자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쪽도 뭐 살을 가까이하는 거긴 하지만은. 박종진 : 아니 그러니까, 아까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보면 자고 먹고 뭐 이런 네.(황상민 : 그렇죠. 사실은 이제) 또 애를 낳고 뭐 이런 과정 아니겠습니까.황상민 : 애 낳는 것까지는 조금 너무 많이 가신 거고요. 성매매 갖고 애 낳는 건 이슈가 아니에요. 지금 중요한 이슈는 대한민국에서 고위공직자라고 할 수 있는 부장판사가 성매매를 한 이 사건을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는 것과 법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이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후략)사실 박종진 진행자의 주장은 한국사회에서 성매매특별법이 북한에서 소고기 먹으면 감옥 가는 것 정도로 타인이 보기엔 어이없는 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민언련은 실제 북한에서 소고기를 먹으면 감옥에 가는지 확인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더 이상 이 발언에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의도가 정확히 무엇이든 간에 박종진 진행자의 발언은 모든 것이 매우 놀랍고 뜬금없으며 방송에 부적절하다. 박종진 진행자는 장성민 앵커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앵커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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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해보셨죠?" 거의 모든 말이 뜬금없는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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