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머니와 아기
김기동
중국 어머니가 자식에게 매일 하는 말 '남에게 속지 마라'한국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면서 자주 하는 말은 '경우 바르게 살아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후에 네 눈에 피눈물 난다'처럼 대체로 남의 입장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정교육이 잘못 됐다'라고 말하지요.
이런 가정교육 영향으로, 한국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 때문에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은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게 아닌데 하는 찜찜한 기분이 남게 됩니다.
중국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면서 자주 하는 말은 '남에게 속지 마라'입니다. 중국 어머니의 '남에게 속지 마라'라는 말은 두 가지 부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남 즉 나와 형제꽌시가 없는 사람은 모두 나를 속이니까 세상 모든 사람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부분입니다.
둘째는 남이 나를 속이면 나도 남을 속여야 하는지, 아니면 남이 나를 속이더라도, 나는 남을 속이지 말아야 하는지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첫째 부분,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속인다는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중국 어머니는 아기가 말을 알아들을 때쯤 제일 먼저 해주는 말이 '남에게 속지 마라'입니다. 더불어 남에게 속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얘기해줍니다. 철들면서부터 매일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란 중국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세상 누구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사람은 속지 않기 위해 아무리 조그만 일이라도 거듭 심사숙고해서 결정합니다. 어떤 일이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긴 시간이 걸리지요. 그리고 그렇게 신중하게 결정하였는데도 결국 남에게 속았을 경우,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중국사람의 사고방식은 한국사람과 전혀 다릅니다.
한국사람은 먼저 자신을 속인 상대방을 실컷 욕한 다음, 속은 자신의 처지를 후회합니다. 하지만 중국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자신을 속인 상대방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어머니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속지 말라고 했는데도, 남에게 속은 자신이 못났다며 자신을 탓합니다.
이런 이유로 위의 이야기에서, 중국 남자친구는 뷰티숍 사장이 손님을 속이는 건 당연하기에, 속은 한국 여자친구가 현명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남에게 속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는 한국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2 |
오랜 세월 동안 생활 체험을 통해 얻은 인생 교훈을 담은 중국 책으로 "명심보감"과 "채근담" 그리고 "증광현문"이 있다. "명심보감"과 "채근담"이 비교적 격조 있는 문장을 모은 품격 있는 책이라면, "증광현문"은 이상적인 윤리나 도덕이 아니라 실제 사회 현상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어떻게 하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그러기에 "증광현문"엔 격언, 속담, 민간 구전 설화 등 세상에 있는 모든 좋은 말이 실려 있고, 출처도 유교, 도가, 불교, 도교의 경전 뿐만 아니라 서유기, 삼국지, 수호지 등 다양하다. 명나라 청나라 시대 민간에서 어린이에게 반드시 읽힌 필독서로, 지금도 중국에서 어머니가 자식에게 반드시 읽히는 책이다. 또한 "증광현문"의 많은 글귀가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
중국 인생 교훈 책 증광현문(참고2)에 "산에는 곧은 나무가 있지만, 세상에는 곧은 사람이 없다(山中有直树,世上无直人)"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정직한 사람이 없다는 걸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 되었는지 "불가피하게 어떤 사람을 믿더라도, 그 사람이 속일 때를 대비한 대응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莫信直中直,须防仁不仁)"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죽어도 남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지요.
계산은 선금입니다중국에는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내가 속이지 않았고, 당신이 속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많이 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재래시장에 가지고 와서 파는 농민은 계량기를 사용하여 과일과 채소를 팝니다. 한국처럼 과일 한 개, 두 개, 채소 한 단, 두 단 단위로 물건을 팔지 않고, 중국에서는 모두 한 근, 두 근 단위로 계량하여 물건을 팝니다.
파는 사람이 속이지 않는다는 걸 계량기를 통해서 사는 사람에게 확인시켜 주는 거지요. 그리고 당연히 재래시장 입구와 출구에 별도의 기준 계량기가 있어 손님은 자기가 산 물건의 양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