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택배로 주문해 맛본 대도시 막걸리들.
허시명
서울말은 전라도말이나 경상도말과 부딪쳤을 때 그 특징이 살아난다. 술맛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서울 장수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서 지방의 맹주 격인 막걸리를 모아놓고 막걸리학교에서 여럿이 함께 맛보기로 했다.
우선 지역 맹주로 군림하는 대표 막걸리 브랜드를 꼽아봤다. 서울 장수, 부산 생탁, 인천 소성주, 대구 불로, 울산 태화루, 광주 무등산 막걸리, 전주 막걸리, 대전 원막걸리, 제주 생막걸리를 꼽을 수 있다. 지역 연고를 갖고 있지 않지만 매출이 큰 국순당의 대박 막걸리를 여기에 추가했다.
이들 맹주 막걸리의 1년 매출은 서울 장수가 1000억 원이 넘고, 대박이 500억 원이 넘고, 부산 생탁, 대구 불로, 인천 소성주가 200억 원이 넘는다. 광주 무등산, 제주 생막걸리, 전주 막걸리, 대전 원막걸리는 50억 원을 넘나드는 제품군이다. 이렇게 모두 10종류를 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대도시 맹주 막걸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지역 막걸리들을 파는 진승통상, 조은세상, 도원결의 등의 유통회사가 있지만, 이들도 맹주 막걸리는 모아놓고 팔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 직접 연락하여 택배 주문을 시도했다. 하지만 제조장에서 소비자에게 직거래가 안 된다며, 지역 유통회사를 소개해줬다. 그런데 지역 대리점은 택배 시스템이 없고 단발성 주문에 시큰둥했다.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 쌀막걸리만이 서울에서 유통점을 통해서 살 수 있었고, 나머지는 막걸리학교에서 시음용으로 쓰려고 한다는 읍소를 한 뒤에야 택배로 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냉매를 넣어 배달해주는 곳은 한 곳도 없어서, 유통 중에 술이 변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최소 물량인 20병이 든 한 상자씩 택배로 받았다. 그렇게 했지만 태화루 막걸리는 결국 주문처를 찾을 수 없어서, 무등산 막걸리는 배달 착오로 시음하기로 한 날에 서울에 도착하지 못했다.
장수-생탁-불로-소성주, 참 닮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