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다의 파라도르에서 바라본 누에보 다리많은 여행자들이 이 경치를 보기 위해 론다를 찾는다.
박성경
스페인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하는 여러 조언들 중에는 '파라도르에서 꼭 한 번 묵어보라'는 말이 빠지지 않습니다. 파라도르(Parador)란 스페인 정부에서 수도원이나 고성, 궁전 같은 역사적인 건물을 개조해 운영하는 고급 숙박시설을 말합니다. 특히 론다의 파라도르는 론다에서 가장 유명한 누에보 다리가 있는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 스페인의 파라도르 중에서도 인기순위 1, 2위를 다투는 곳이지요. 헤밍웨이가 묵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집필했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우리 부부도 스페인 여행 중에 꼭 한 번은 파라도르에서 묵어보자는 결심을 했고, 그곳을 론다로 정했습니다. 비수기인 겨울에 여행하면 좋은 점, 여행을 일찍 준비하면 좋은 점 중 하나가 호텔을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는 거겠죠. 론다에서 그 장점이 제대로 발휘됐는데요, 파라도르의 전망 좋은 더블 룸이 100유로(한화 13만 원 정도)!
파라도르에 도착한 우리는 습관처럼 "좋은 방으로 주세요, 경관이 멋진 곳으로요~"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기 전에 이미 우리가 묵을 방은 배정돼 있겠지만, 우린 그래도 꼭 그렇게 말해봅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그러면 직원들은 습관적으로 "우리 호텔의 모든 방이 다 좋아요~" 합니다. 그런데 론다의 파라도르 직원 반응은 좀 달랐어요.
"정말 좋은 방으로 드렸어요. 정말 멋진 방이에요!" 그 말을 듣고도 기간 한정 행사가격에 나온 방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방에 들어서니 정말, 바라던 그대로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방도 널찍하고 앤티크한 가구 장식도 멋졌으며 방만큼이나 넓은 테라스에 선탠을 위한 베드까지 갖춰져 있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방에 딸린 그 테라스 끝에 서니 론다의 절경, 누에보 다리가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멋진 풍경으로 펼쳐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