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한정된 예산 내에서 내가 쓸 수 있는 인센티브를 따 내는 것도 결국 사내 정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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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들을 하나씩 손에서 놓기 시작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나 리스크 예방 차원에서 사전에 챙겨야 할 업무들이 1순위였다. 그리고 평소 고객에게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경 쓰던 업무들도 그 기준을 낮춰 '적당한 수준'으로 관리를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인력이 근무를 하던 시절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업무들을 각 지역에 있는 협력업체로 이관시켜 나갔다. '업무 효율화'를 핑계로 진행했던 일이지만 결국 그 일들은 협력업체의 업무 과부하를 발생 시켰고 우리 회사와 달리 한 명이 많은 담당업무를 해야하는 협력업체에서는 자신들을 좀 더 '피곤하게 하는' 원청 담당자의 요청 업무를 먼저 처리해주곤 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달리 연초에 자신이 연간 해야 할 업무들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연말에 그 목표대비 달성율을 평가해 '성적표'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성적표의 달성율이 100%를 넘어 가더라도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업무중 대부분은 고객 접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어떻게 활용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결과를 내는가가 중요한 것인데 결국 협력업체에서 할 수 있는 업무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누가 더 협력업체를 잘 콘트롤하는가에서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었다.
나는 회사에 있는 때 '프로세스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협력업체를 효율적으로 콘트롤 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를 했었다. 다른 일 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을 협력업체에서 우선적으로 챙기도록 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잘 조합해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당근'이라고 하는 건 협력업체에게 기본적으로 지급하는 용역비 이외에 인센티브를 더 주는 것이다. 그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사용하도록 정해진 예산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상사들을 잘 설득해서 따 내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이 '사내 정치'와 연관돼 있다.
조직이 통폐합 되어서 인력이 줄어들고 회사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삭감하면 결국 협력업체를 이용해 업무를 해야 하는 우리는 결국 주는 것도 없이 협력업체에게 '갑질'을 해야 했다. 인간적인 면을 내 세워 부탁을 하기도 하고 다른 업무를 빌미로 협박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그 모든건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나도 조직에 있을 때는 그랬지만 그렇게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회사가 시켜서...'라는 말로 정당화 한다. 하지만 그 회사라는건 결국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고 형태가 없다. 그 회사의 정책을 만드는 것도 운영을 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누군가 비열한 생각을 통해 상사에게 잘 보여서 잘 먹고 잘 살려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대기업을 다닌 8년이라는 시간동안 연말 고과 평가를 대부분 잘 받았다. 그리고 상위 3% 정도만 받는 최고 등급 평가를 받은 적도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인센티브와 발탁 승진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너무 기쁘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물 밖을 나와 넓은 세상에서 더불어 살고 있으니 그 일들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고 느껴진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영원한 갑도 없고 영원한 을도 없다. 그리고 조직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갑질은 나의 능력이 아니다. 내 명함에서 '회사' 타이틀을 지우고 내 이름만 남겼을 때 내가 함부로 대하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갑질'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드넓은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 한번 더 생각한다면 조직생활을 하면서도 좀 더 타인을 배려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회사가 진심으로 더 잘되고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누군가의 '피'를 빨아서 눈 앞의 실적 숫자 채우기에 매달리지 말고 더 넓은 시각으로 더불어 사는 생태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것이 바로 '롱런'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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