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국의 꿈 홍보 포스터
중국 중앙선전부 선전국
눈에 보이는 담장을 쌓다
공공건물이든 회사건물이든 중국 건물에는 한국 건물과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중국 건물은 가운데에 네모 모양의 공간을 만들고 그 네모 공간을 집채가 둘러싸는 형태의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건물을 한글 미음(□) 글자처럼 네모나게 짓고 한 가운데를 텅 비워두는 거지요. 땅값이 비싼 시내에서 이런 구조의 대형빌딩을 발견하면,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 이렇게 공간을 낭비할까'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한가운데를 비우고 그 주위를 네모로 에워싸며 집을 짓는 건물 구조는 중국 전통 건물 사합원에서 유래합니다. 사합원은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사방이 모두 집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네모 모양으로 이어진 집채는 출입문이 모두 안쪽 마당으로 나있고 집채 바깥 벽은 담장 역할을 합니다. 네모난 집채 바깥 벽이 높을 뿐 아니라, 남쪽 벽 높은 위치에 작은 창문 하나만 있어, 집채는 성곽처럼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됩니다.
또 출입구 대문도 남동쪽에 조그맣게 만들어 외부인의 출입을 빈틈없이 막습니다. 설령 대문을 열고 집 안쪽으로 들어가려 해도, 대문 바로 앞에 조벽(대문 안쪽에 벽돌이나 흙으로 쌓은 직사각형 형태의 담)이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이중으로 막는 구조입니다. 사합원은 내부로는 개방돼 있지만, 외부를 향해서는 철저하게 폐쇄되는 기능을 가진 건물 구조입니다.
중국사람은 왜 이렇게 폐쇄적이고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물을 지을까요? 중국 문화 소개 책에는 사방을 둘러싼 집 바깥 벽 높은 담장이 1년 내내 몰아치는 모래바람을 막는 역할을 해주고 대문 안쪽 조벽은 밖에서 들어오는 귀신을 막는 기능을 한다고 쓰여 있지만, 그 외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1780년 중국을 여행 한 박지원이 쓴 중국 여행기 <열하일기>에는 "중국은 3리 마다 성(城)이요 5리 마다 곽(廓)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성(城)은 일반적인 성채를 말하고, 곽(廓)은 규모가 더 큰 성곽을 말합니다. 그 당시 조선에서는 마을 경계 표시로 장승을 세워 놓았는데, 중국에서는 마을 경계 표시로 성곽을 쌓은 거지요. 박지원은 중국사람에게 왜 마을마다 성곽을 쌓느냐고 물었지만, 통역하는 사람의 실력이 모자랐는지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원전 은나라부터 현재까지 중국 역사 5000년 중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사람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2년 6개월에 한 번씩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국경선 너머 이민족과의 전쟁에서부터, 정권 교체기에 일어나는 자국민들간의 전쟁,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도적떼와의 전쟁 등 수많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싸움터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공간에 외부인이 침입 할 수 없도록 높은 담을 쌓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합원 구조의 집을 지어 담장을 쌓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을 외곽에 옹성을 쌓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경선에 성곽을 쌓았습니다.
지금도 중국에는 만리장성뿐 아니라 도시마다 성곽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사람은 전쟁이 일어나면 목숨을 지키려는 방편으로 외부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구조의 집채를 짓기 시작했고, 너무 자주 전쟁이 일어나다 보니 이런 건물 구조가 전통으로 남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