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정직을 선택하는 문제, 망설이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이준수
정답 확인을 위하여 교실 TV 화면에 문제를 띄웠다. 여기저기서 답을 말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어지간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현호까지 나섰다.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손끝이 교실 천장까지 닿을 듯 팔을 뻗은 현호에게 기회를 주었다.
"성실, 정성 그리고 근면 음~ 정직이요."
"네 잘 했어요."
"거짓. 거짓. 키키킥."
바른 답을 선택한 현호를 칭찬하는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고개를 들어 교실을 쭉 훑어보자 키득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 와중에 석율이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빤히 나를 보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길래 물었다.
"너 왜 웃냐?"
"선생님, 거짓말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나도 모르게 그래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당황스러웠다. 칠판에 적어둔 대로 이번 시간 수업 주제는 '근면 성실하고 정직한 생활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익히고 꾸준히 실천하기'였다. 복잡하게 접근하지 말고 그냥 당연히 정직해야지라고 일러주면 그만인 것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교과서대로 교사용 지도서에 나와있는 내용대로 세상이 돌아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석율이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곳곳에서 터진 웃음소리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석율아, 너 마트에서 물건 살 때 포장지에 적힌 내용 다 의심하니?"
"아니요. 그걸 누가 속여요?"
교사 책상 옆에 놓여있던 데톨 향균 스프레이를 집어 들었다. 데톨은 신뢰의 상징이었다. 군복무 시절 의무실 책상엔 데톨 핸드워시가 놓여 있었고, 아내가 딸을 낳고 산후 조리원에 있을 때 데톨 알코올 소독제를 썼다. 더군다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생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부정을 저지를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사회는 서로의 믿는 관계야. 기업은 최대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직해야 돼."
데톨 향균 스프레이를 석율이에게 줬다. 코 앞까지 가져가야 보이는 작은 글씨를 읽어보라 하였다. 석율이는 '사용시 주의사항'을 유심히 보았다.
'내용물이 눈이나 피부에 닿으면 깨끗한 물로 씻고 이상이 있을 경우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사용시 충분히 환기를 하십시오, 밀폐된 장소에 보관하지 마십시오. 어린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