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이즈모오로치호 오픈차량 실내 모습.
서규호
열차 안에는 관광열차에서 느낄 수 있는 목조로 된 의자와 개방형 창문 그리고 오로치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오픈 객차는 이 열차가 4월부터 11월까지만 운행하기에 자연의 바람을 만끽하라고 만들었습니다. 객차 한구석에는 스탬프 찍는 곳도 있죠. 도장을 찍으며 추억을 남겨 보세요. 열차는 천천히 시마네현의 내륙 오지로 들어갑니다.
열차는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요즘 같이 시간을 초단위로 쓰는 시대, 고속전철이 달리며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 이렇게 천천히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열차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이겠죠.
오쿠이즈모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의 여느 시골 모습과 큰 차이는 없지만 가지런하게 조림된 나무들, 그리고 정리된 논과 밭들이 약간은 일본스러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열차가 천천히 달릴 때 차내에서는 승무원이 볼거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간단한 게임 등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오로치'에 대한 전설도 설명해준 답니다.
열차가 시속 30Km 저속으로 달리며 이즈모요코타(出雲横田)역에 도착하면 이곳 오쿠이즈모산 소바를 드셔볼 수 있는 소바집 '히메노소바유카리안(姫のそば ゆかり庵)'을 만나게 됩니다. 시간이 없으니 여기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세요.
드디어 열차는 이즈모사카네(出雲坂根)역에 도착합니다. 이 역에는 두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하나는 바로 약수인 연명수(延命水)를 드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駅舍) 바로 옆에 있고, 무려 9분의 정차시간을 드리니 천천히 드셔도 됩니다. 약수이니 꼭 드셔보세요. 연명수가 나오는 주변에는 예전에 이 물을 먹고 백살도 넘게 살았다는 너구리 두 마리가 있습니다. 물론 모형입니다. 아마도 이 너구리들이 이 물을 먹고 오래 살아 연명수란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연명수를 드시면 연명을 하는 것인지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