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시누와로 내려가는 길. 그제 눈사태가 났던 구간에 어제 다시 눈사태가 발생했다.
박혜경
지난 아침 올라올 때 눈사태가 났던 구간에 하룻밤 사이 또 다시 눈사태가 발생했다. 새로운 눈이 길을 덮었고, 트레커들은 조심조심 그 위에 다시 길을 새기고 있었다. 트레킹 내내 우리를 단 한 번도 재촉한 적이 없었던 아저씨가 "정말 위험한 구간"이라며 "빨리 빨리 가자"고 서둘렀다.
시누와까지 내려가는 길도 오르막과 내리막, 계단의 반복이다.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스틱을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도 내가 이 길을 어찌 올라왔나 싶어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뭔가 빠뜨리고 온 것처럼 아련하고 아쉽고 이상한 기분. 죽기 직전에 머릿속에 스친다는 주마등이 이런 걸까. 내가 차를 마셨던 가게, 머물렀던 로지, 쉬었던 돌담을 거꾸로 훑어내려오는데 영 기분이 이상하다.
"여긴 경비행기 타고 보는 걸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