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의 경제 관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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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날이 이어졌다. 퇴근하는 덕이를 태우고 오던 어느날.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고모 : "덕아~ 요즘 내가 보니까 너가 퇴근할 때, 그리고 잠들기 전에 잠깐 나갔다 오면서 무엇인가를 사가지고 오던데?"
덕 : "응."
고모 : "무엇을 사가지고 오는지 너에게 몇 번 물었지만 '그냥'이라며 너의 방으로 들어갈 때 사실은 참으로 궁금했단다."
덕:"왜?"
고모 : "음~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너의 비밀스러움 같은 것을 느낀 것 같아서 궁금해".
덕 : "재밌어."
고모 : "응? 재밌어?"
덕 : "돈 쓰는 거."
고모 : "아~ 그렇구나 어떤 점이?"
덕 : "마트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고를 때."
고모 : "아~ 그렇구나. 너가 좋아하는 게 엄청 많을 것 같은데?"
덕 : "응 내가 좋아하는 것 다~ 있어."
집에서 도보로 약5분거리에 있는 대형마트는 문구, 식품, 의류, 전자제품 등 골고루 갖추고 있다.
고모 : "뭐가 다 있어?"
덕 : "그런 거 있어."
덕이는 이렇게 말하곤 입을 다문다. 나는 잠시 망설여진다. 다른 것과는 달리 돈에는 유난히 집착을 보인다. 그동안 덕이 마음대로 무엇을 조종하고 살아오지 못했는데 지금은 마음껏 스스로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 살 수 있어서 그런 걸까, '혹시 전에는 내 눈에 그리고 어른들 눈에 들어오는 것들 위주로 먹고, 입고, 사다 보니까 덕이가 원하는 취향과는 달랐었나'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분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중에 그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나는 그 재미 때문에 여기(교도소) 왔다"라고. 처음에 재밌어서 도박을 했는데 어느날 아내와 아이들이 자기를 떠났고 본인은 죄인이 되었다고. 그분은 재미와 진정한 행복은 다른 것으로 돈으로 뭔가 재미를 보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참으로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것이었다. 그때 떠오른 노르웨이의 시인 '아르네 가르보르그'의 말.
"음식은 살 수 있지만 식욕은 살 수 없고,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푹신한 침대는 살 수 있지만 잠은 살 수 없고, 지식은 살 수 있자만 지혜는 살 수 없고, 장신구는 살 수 있지만 아름다움은 살 수 없고, 화려함은 살 수 있지만 따뜻함은 살 수 없고, 재미는 살 수 있지만 기쁨은 살 수 없고, 지인은 살 수 있지만 친구는 살 수 없고, 하인은 살 수 있지만 충직함은 살 수 없다."하루라도 빨리 자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나 또한 '해로운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으로 뭔가를 했을 때 재밌어 함으로 균형을 잃는 것'인데…. 덕이는 그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더 해보기로 했다.
고모 : "일단은 너가 즐거워하고 있어서 그 점이 나쁘지는 않아~. 그러나 고모는 약간 조심스러워진다."
덕 : "왜?'
고모 : "이제 다음 달이면 너가 스스로 관리한 지 12개월, 만 1년인데 그동안 고모가 옆에서 보았을 때…."
나는 여기까지 말하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래서 내 심정을 그대로 말해 보기로 했다.
고모 : "사실은 고모가 이런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 고민이 된단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덕이가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경제관념을 잘 조화롭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아직은 그런 모습을 내가 보지 못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더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고모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덕이가 눈동자를 돌리며 나의 말을 듣고 있다.
고모 : "나도 처음에 월급 받아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사용하는 재미가 좋았었어. 그러나 그때 생각에 이렇게 사용해도 되나 싶어서 몇 년간 할머니께 맡겼었거든. 내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때까지는…."
여기까지 말하자 덕이의 간단명료한 대답.
덕 : "내가 알아서 할게."
나는 요즘 건강을 잃는다는 것에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다 점점 몸에서는 병원을 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덕이의 자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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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자꾸 마트에 가는 덕이,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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