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고등학교 꿈 발표 대회반 대표로 나간 제굴. 떨려서 눈 앞이 캄캄, 마이크를 잡는 것도 할 수 없었다고. 김나라 선생님이 옆에서 마이크를 잡아주셨다.
배지영
"엄마, 카드! 카드 챙겼어요? 모임 가서 아들 자랑 많이 하고요. 꼭 커피 사세요."
언제부터였을까. 자식 자랑을 하는 사람은 밥이나 차를 사야 한다. 반장이 됐거나 1등을 했을 때. 모범 어린이상을 받거나 달리기 1등을 해도 그렇다. 그런 경사는 다른 아이들의 몫. 제굴은 '무욕의 아이'. 관심 없었다. 나는 가끔씩 "우리 아들 덕분에 엄마는 돈 아끼고 좋아"라고 말했다. 그런데 제굴도 뭔가를 하고 말았다. 학생 경력 10년 차에.
2015년 12월 28일. 제굴이 다니는 군산 동고등학교에서 '꿈 발표 대회'가 열렸다. 기말고사 끝난 직후였다. 제굴의 꿈은 주방장, 작은 식당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A4 아홉 장짜리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만들었다. 반 친구들은 시험공부 하느라 준비를 많이 안 한 모양. 제굴이가 1학년 6반 대표로 나가게 됐다. 제굴 자신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발표자로 나가려니까 너무 떨렸어요. 나는 누구한테 시선받는 거 싫어서 그런 거 안 해봤잖아요. 내가 네 번째 발표자인데 앞에서 애들이 말하는 게 하나도 안 들렸어. 그냥 눈앞이 캄캄했어요. 마이크 잡을 줄도 몰랐지. 김나라 선생님이 마이크 잡아주러 와서 옆에 서 계시니까 한결 낫더라고요. 준비한 게 생각이 안 나서 애드립하면서 넘어간 것도 있어요."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 일도 많은 월요일 오전, 만사를 제쳐두고 갔다. 남편한테는 "초딩도 아니고, 무슨 고등학생들 꿈 발표 대회에 학부모를 초대하냐"라면서 웃었다. 남편은 "역사적인 날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 잘 찍어와"라고 말했다. 보러 온 학부모는 10명 안팎. 시작부터 경쾌했다. 교장선생님 인사말이 무척 짧아서 그렇게 느껴졌다.
제굴의 차례. 사회를 보는 김나라 선생님은 제굴을 "1학년 중에서 가장 꿈이 확실한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순간, 울컥했다. 선생님이 극찬을 해서 그런 게 아니다. 담임선생님도 아닌데 우리 큰애를 알고 있어서 그랬다. 중학교 때 제굴 담임선생님은 종례시간에 갑자기 "너는 몇 반인데 여기 와 있냐"라고 물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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