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해 동기
공갈만
백희정씨는 눈물을 흘리며 아빠에게 소리쳤다.
"잘해준 것도 없는데 왜 때려!"그리고 백희정씨는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와 부모를 죽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엄마만 살해하기로 했다. 백희정씨는 아빠는 간섭하지 않아 죽일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엄마는 술을 마실 때마다 '막내딸이 남자를 만난다'며 모욕을 주곤 했다.
2009년 4월, 어느날 밤 백희정씨는 살해 도구로 병이나 칼을 떠올렸다. 지문이 남지 않도록 장갑도 마련해야 했다. 백희정씨는 다음날 순천에 있는 한 문구점에서 면장갑을 샀다. 당시 구매한 면장갑은 부엌 찬장 위쪽 칸에 숨겼다.
백희정씨가 아버지에게 범행 공모를 제안한 것은 다음달인 5월이었다. 백씨는 아버지가 있는 안방에 들어가 이렇게 물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지 않으냐?"엄마를 죽일 생각이 없는지 떠본 것이다.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6월 중순이 되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날씨가 무더웠던 평일 오후 2시쯤 백희정씨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엄마를 죽이자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반대로 백희정씨가 소극적이었다. 백희정이 제안은 받았으나 거절했고 아버지는 이후에도 뜻을 물으며 재촉했다. 당시 백희정씨는 어쩔 수 없이 '마지 못 해' 동의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 대목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를 죽일 거면 혼자서 하지, 왜 딸을 끌어들여? 뭐가 좋은 일이라고?"정작 당시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 막내딸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어디서 구할 수 없느냐?"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한 청산가리가 있다는 말을 이때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행동 개시' 날짜가 7월 2일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공소장에 나온 범행 첫날, 7월 2일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백경환씨는 곡성에 있는 산림청 하청 작업장으로, 최명자씨는 자전거를 타고 희망근로 사업장으로 떠났다. 백희정씨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부모는 집에 없었다.
검찰은 백경환씨가 일을 마치고 오후 6시쯤 집에 왔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 최명자씨를 데리고 순천 아랫시장에 있는 장원식당에 갔다. 차를 타면 집에서 40분 정도 거리다. 백경환씨는 살해 전 '아내가 좋아하는 국밥을 사주고 싶었다'고 했다.
"국밥 먹고 막걸리만 따로 사가는 일은 드물다"는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