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가 연습하고 다시 전화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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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죄송한 태도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문장을 써서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혹시 '계속 다니라'는 설득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를 대비한 내용까지 보내주었다. 열 번을 연습했는지 잠시 후에 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습에 관한 말은 안 하고 대뜸 한다는 말이 이랬다.
면접에 합격한 덕이, 이젠 '직장 그만두기 연습'을 해야덕 : "고모, 혼나면 어떻게 하지?"고모 : "그런 생각이 드니까 덕이 마음이 불편하겠는데?"덕 : "응, 불편해. 걱정돼."고모 : "그럴 수 있어. 예전에 고모도 직장 그만두고 옮기려고 할 때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되고 걱정도 되면서 불안했거든. 덕이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덕 : "고모가 해줘."고모 : "일단 열 번 거울 보면서 연습은 했을까?"덕 : "응, 했어."고모 : "그러면 그대로 한번 나에게 해볼래?"덕 : "반장님···, 퇴직하겠습니다."고모 : "잘했어, 덕아. 그대로 말씀드리면 될 것 같은데. 이번에는 한번 쓰고, 한번 말해본 후에 다시 나한테 전화하면 좋겠는데. 어떠니?"덕 : "응."덕이가 연습하고 다시 전화하기를 기다렸다.
덕이가 다시 나에게 반장님께 하듯 말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의젓하게 잘했다. 다행히 덕이는 신체적, 정신적, 심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는 것을 내가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중학교 때까지 심한 따돌림,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편이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려 한다. 그리고 그들도 자기를 좋아하리라 여긴다. 어떤 이유에서든 참으로 다행이다.
고모 : "덕아, 이제는 할 수 있겠지?"덕 : "알겠어"(라고 말하며 긴장하던 속을 떨어내듯이 '킁킁'하며 긴장감을 내려놓는다)고모 : "OK, 덕이는 할 수 있어. 고모는 그렇게 믿어. 덕이도 그렇지?"덕 : "응."몇 년 전에 정신의학 전문가이신 이근후 교수님께 연구를 떠나 개인적으로 여쭤본 적이 있다.
나는 교수님에게 물었다. 꼭 그 사람의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자기를 믿어주고, 할수 있다고 계속 격려해주고, 보호해주고, 사랑해준다면 그 사람의 자존감이 탄탄해지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거부당할 거라는 불안감이 낮아질 수 있느냐고. 이근후 교수님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라고 대답해주셨다.
한 사람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자존감이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온전한 헌신을 지닌 단 한 사람으로 충분할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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