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쉬운 불량이 아닌 '꼴통' 불량이 발생될때면 나 혼자 해결할 수가 없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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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 부서로 가서 TV 품질관리 업무를 다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일이 틀어져 생산팀에 배치가 되었다. 생산 라인의 작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 CCTV 라인에서 '수리기사'가 되었다. 수리기사는 생산 라인의 꽃이라고 불리는 직무였는데 제품 생산 중에 발생되는 불량품을 수리하여 재투입 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자주 발생되는 불량의 원인을 파악하고 생산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
당시 우리 회사 TV 생산팀에는 변변한 수리기사가 없었다. TV 라인과 CCTV 라인 2개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TV 라인에는 갓 스무살짜리 초보 수리기사가 있었다. CCTV 라인에는 수리기사가 없었고 생산팀 주임이 간단한 불량품 수리를 하며 겸직을 하고 있었다.
CCTV는 당시 회사에서 '돈 되는' 품목이었다. 내수용 소형TV만 생산하던 TV 라인과 달리 CCTV는 해외로 수출하는 모델들도 많이 생산을 하고 있었고 그 중에는 대당 수백 만 원을 호가하는 다채널 CCTV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도맡아서 해야하는 CCTV 라인의 수리기사는 우리 회사에서 특히 중요한 직무 중 하나였다.
납품사원을 할 때는 한 달에 10만 원의 직무 수당이 기본급 외에 별도로 나왔다. 하지만 수리기사로 직무가 변경되고 나니 직무수당이 5만 원으로 삭감되었다. 아무래도 매일 운전을 하고 다니는 일에 비해 내근업무를 하는 직무라 수당이 적은 듯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화장실도 가고 싶을 때 못 가고 서서 일하는 생산 라인 작업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받는 이 5만 원은 나 혼자 바깥에 나가면서 받던 10만 원보다 그 의미가 더 남달랐다.
처음 수리기사가 되고 생산 라인에서 빠지는 불량품들을 맞닥뜨렸을 때 도통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전 직장에서 부품 신뢰성 시험과 더불어 외주업체에서 생산해 입고되는 TV용 보드에 대한 품질관리를 담당 했었기 때문에 금방 배울 거라며 잠시 자만했던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는것을 깨달았다.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과 잘못 만들어진 제품을 고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다.
처음엔 기존에 수리기사 역할을 겸직해오던 주임님에게 물어보면서 쉬운 불량품 수리하는것부터 배워 나갔다. 하지만 제품 생산을 하다보면 소위 말해 '꼴통' 불량품도 나오게 마련인데 그런 불량품이 나오면 여기저기 내가 물어볼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부탁을 해야했다.
이전 직장을 나오면서 내가 가지고 나온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다이어리다. 그 다이어리에는 내가 신뢰성 시험을 하면서 배운 것들과 TV 부품 검사에 관련된 노하우가 기록되어 있었다. 1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쓴 내 역량 개발의 흔적들을 수리기사가 되면서 다시 기록해 나갈 수 있었다.
불량품 수리를 하게 되면 '수리일보'를 작성해서 기록을 남기게 되어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나만의 노하우를 다이어리에 기록해 나갔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가고 나는 '회로 해석'에 눈을 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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