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법무부 브리핑 룸에서 도심 내 불법 폭력집회에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6시 38분,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11월 27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불법폭력시위 관련 장관의 담화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는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공지였다.
잠시 일었던 호기심은 '불법폭력시위 관련'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사그라졌다. 다음날 카메라 앞에 선 김현웅 장관의 담화는 예상대로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법치(法治)국가"라며 12월 5일 열릴 민중총궐기 2차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엄포를 놨다(관련 기사 :
또 국민에 '엄포' 놓은 정부 "응분의 대가 치르도록 할 것").
하지만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김 장관의 발언은 어딘가 이상했다. 담화 곳곳에는 정부가 헌법 위에 서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 있었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복면금지법 관련 대목에서 '그런 기운'이 강하게 왔다.
[진짜 법치인가①] 얼굴을 가린 자, 불법·폭력시위자?"얼굴을 가려 처벌을 면하고자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할 생각이라면 얼굴을 가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복면을 쓴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경고였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어도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무죄 추정 원칙'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현웅 장관은 이미 복면을 쓰고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불법·폭력행위자,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12월 5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 수 없고, 참가자 중 누군가 법정에 세워지더라도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을지는 더욱 단정하기 어렵다. 경찰과 시민이 충돌해도 잘잘못은 법원에서 가려져야 한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앞날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라면 대단한 일이지만, 헌법에는 맞지 않는다.
헌법 27조 4항 :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진짜 법치인가②] 법도 없는데... 복면을 쓴 당신은 유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