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는 체제 전복을 꿈꾸는 여섯 인물, 즉 육룡이 등장한다. 이 육룡은 <용비어천가>의 그 육룡은 아니다. 고려 멸망 직전을 살았던 드라마 속 육룡은 근 500년 된 고려왕조가 정말로 자기 세대에 그렇게 허무하게 몰락할 줄은 몰랐겠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육룡의 선두주자인 정도전(김명민 분)은 종합적 기획력을 바탕으로 혁명의 조건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정계에서 '강퇴' 당한 그는 기존 왕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나라를 설계한다. 그는 이성계의 군대를 자기 수족처럼 부릴 목적으로 이성계를 주군으로 모시고자 한다. 정도전이 스스로를 이성계의 책사로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이성계를 자신의 수족으로 생각했다는 점은 <태조실록>에도 나온다.
정도전이 탐탁지 않게 보는 이방원(유아인 분)은 정도전의 기획이 차질을 보이려 할 때마다 은밀히 개입해서 기획의 실현을 돕는다. 이방원은 세상의 변혁을 위해 정도전을 돕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도전이 자기 아버지 이성계를 군주로 추대하려 하기 때문에 열심히 돕는 측면이 더 강하다. 물론 이방원이 이렇게 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이야기다.
정도전과 이방원의 추대를 받고 있는 드라마 속 이성계(천호진 분)는 원래는 국가 전복이나 왕조 교체 같은 것을 꿈꿀 위인이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과 시대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변혁의 바람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육룡 중에 유일한 여성인 분이(신세경 분)는 어렸을 때 인연을 맺은 정도전의 혁명을 성의껏 돕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혁명이란 큰 그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저 힘없는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하겠다는 일념에서 그렇게 할 뿐이다.
외관상으론 거리의 이야기꾼이지만 실제로는 비밀 검객인 땅새(변요한 분, 위의 사진 맨 오른쪽)는 소년 시절 알게 된 정도전의 계획을 몰래 알아낸 뒤, 정도전의 작업에 방해가 될 사람들을 처단하는 일에 앞장선다. 정도전과의 사전 교감도 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는 그런 방법으로 고려 왕조의 몰락을 돕는다.
얼떨결에 무예를 배워 단기간에 속성으로 정상급 무사가 된 무휼(윤균상 분, 위의 사진 맨 왼쪽)은 거창한 혁명 같은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로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일념으로 이방원을 돕고 있을 뿐이다. 그도 그런 식으로 고려 왕조의 몰락을 재촉하는 데 가담한다. 무휼은 분이·땅새와 더불어 이 드라마에서 생명을 얻은 가상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