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서 바라본 베네치아의 중심, '산 마르코 광장'과 '두칼레 궁전', '대종루'입니다.
박용은
전에도 밝힌 적 있지만, 이번 이탈리아 미술 기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는 피렌체였습니다. '두오모'와 '우피치'가 있고, 마사초, 보티첼리,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천재들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피렌체. 지금도 두오모의 쿠폴라에서 내려다보았던 그 오렌지 빛 지붕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뜁니다. 나는 내 평생의 꿈의 도시, 피렌체 때문에 '오르세'와 '루브르'와 파리와 프랑스를 포기하고 이탈리아에 온 것이었죠.
그런데 베네치아에 도착하는 순간,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베로나에서 출발한 기차를 타고 본토에서 길게 이어진 단 하나의 통로를 지나 베네치아 본섬의 '산타 루치아 역(Stazione di Venezia Santa Lucia)'에 발을 딛는 그 순간에 나는 베네치아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꿈의 세계(이탈리아가 나에게는 꿈의 나라였으니까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마법의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역 정문을 나서자 이내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 자동차들로 가득한 도로가 아닌 푸른 수로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배들. 그 수로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건물들. 특히 '산타 루치아 역' 바로 맞은편 '산 시메오네 피콜로 성당(Chiesa San Simeone Piccolo)'은 베네치아를 찾은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한 첫인사를 보냅니다. 나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걸음을 멈춘 채, 운하와 배들과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풍경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지체할 수는 없지요. 다른 도시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베네치아에서의 첫 날. 오늘은 오후 내내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관람할 예정입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넙니다. 그리고 호텔에선 체크인만 하고 짐도 풀지 않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런데 막상, 베네치아의 골목에 들어서니 '아카데미아 미술관'까지 찾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아직 베네치아 특유의 수상 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도 어떻게 타는지 모르고 해서 그냥 지도에만 의지해 걸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호텔에서 미술관까지의 경로를 지도를 통해 몇 번이나 숙지했건만 미로 같은 베네치아 골목길은 초보 여행자에게 쉽게 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골목 구석구석까지 이어져 있는 작은 운하들을 건널 때마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어 심지어 미술관 뒤를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이패드의 구글 맵을 이용해 겨우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e dell'Accademia)'에 도착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작품들, 뇌를 깨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