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라트 지역에서 결혼 전 실시하는 Mandap Mahurat. 집안에 경사스러운 행사를 가지기 전 가네쉬(코끼리 머리 형상을 한 힌두교 신) 푸자(제사)를 지내는 종교 의식이다. 신랑, 신부 가족들이 번영과 행운을 빌며 예배를 올리는 모습이다.
정수지
이른 오전부터 우리는 결혼식을 위해 쿠루티의 집으로 향했다.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하는 기사들이 반사판과 조명을 들고 분주하게 돌아다녔다.사전 예식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가 대문 앞에 서 있자 사람들이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일일이 촬영에 응했다. 심지어 내 카메라로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함께 사진을 찍어주세요."아마도 나는 인도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지 않았나 싶다. 거부감 없이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들. 그런 그들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왠지 오늘은 친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쿠루티의 여자 사촌 제니는 뭐든지 필요한 게 있다면 자신에게 말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생글거리는 그녀의 눈빛과 친근한 목소리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느라 바빴던 우리는 테자스의 안내를 받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인도 사람들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정말 친절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우리가 아주 특별한 손님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도 사람들은 멀리서 온 손님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해. 얼굴만 봐도 너희가 인도 사람이 아니란 걸 알잖아. 아마 인도를 찾아준 것에 감사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기 바라는 마음에서 도와주고 싶고 배려하고 싶은 거야. 너희는 정말 특별하니까." 테자스는 우리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 인도로 온 것 뿐인데 본의 아니게 남달라져 있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어느새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나에게 도움을 주려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와 함께 한 순간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한다.
사실 처음에는 인도와 인도 사람들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 이유는 전혀 다른 모습에서 느껴지는 생경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낯설고 어색한 눈빛으로 날 바라 볼 때는 그 순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생각하지 못한 공간에서, 내 존재가 새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르다'는 것에 이렇게 큰 혜택이 숨어 있을 줄이야.
사촌에 팔촌, 그리고 동네 사람들까지 모인 이런 게 정말 축제가 아닐까 싶었다. 남자들은 주로 금색, 자주색, 남색 등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전통의상을 입었다. 반면에 여자들은 형형색색의 사리(Sari)에 장신구까지, 누가 신부인지 모를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몄다. 정말 의상으로 따지자면, 모두가 '민폐하객'일 정도로 호화롭고 다채로웠다.
의식이 진행되기 전 사진기사가 현장의 이곳저곳 분위기를 담아갔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쿠루티와 산디는 각자가 들고 있던 화환을 서로에게 걸어주었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의 화환을 교환하며 결혼의 시작을 알리는 전통 세리머니라고 한다. 화환을 목에 걸친 산디와 쿠루티의 사진 촬영을 마치자, 직계 가족촬영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