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새인 시몬 집에서의 식사베로네세, '바리새인 시몬 집에서의 식사', 토리노 사바우다 미술관. 바리새인 시몬이 예수를 초대한 자리에서 ‘죄인의 여인’으로 알려진 마리아 막달레나가 참회하며 자신의 눈물이 묻은 예수의 발을 향유로 닦는 장면입니다.
박용은
베로네세의 그림 중 비교적 작은 크기인(그럼에도 가로 4.5미터가 넘는 대작입니다) <바리새인 시몬 집에서의 식사>도 그림만 봐서는 성서의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16세기 베네치아 귀족 집안에서 벌어진 떠들썩한 행사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인 예수와 시몬, 마리아 막달레나를 찾기도 쉽지 않는데, 화면 오른쪽의 붉은옷을 입은 이가 예수, 예수의 앞 흰색 숄을 걸친 이가 바리새인 시몬, 그리고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바르고 있는 금발의 여인이 마리아 막달레나입니다.
그런데 베로네세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는 엇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지나치게 귀족적이고 장식적인 화풍은 성경의 가르침을 왜곡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당시의 풍습에 맞게 그림으로써 성경의 가르침이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어떤 평가가 옳은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의미와 정서 전달 수단이었던 회화를 미적인 향유의 대상으로 전환시킨 베로네세의 성과는 어느 정도 인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150년 후 베로네세의 화풍을 이어받은 티에폴로는 베네치아 로코코 양식을 확립하게 됩니다.
뜻밖에 이곳 토리노에서 베로네세를 만나고 나니 가까운 곳에 있는 틴토레토에게도 당연히 눈이 갑니다. <성 삼위일체>입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역시 틴토레토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만났던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 말입니다. 일점 투시 원근법을 최초로 적용시켜 르네상스 회화의 시원으로 일컬어지는 마사초의 그 그림 이후 120여 년 만에 그려진 틴토레토의 <성 삼위일체>는 그간의 다양한 성과와 혁신들이 모두 반영되어 있습니다.